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1년을 맞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다. 여기에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로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를 의결 결정하면서, 친원전과 반원전으로 나눠져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수색채가 강한 신문들은 탈원전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가로막고, 비싼 전기요금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공격한다. 원전은 미세먼지를 내뿜지 않는 친환경적이며 값싼 전원인데, 이렇게 장점이 많은 에너지를 버리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태양광발전을 확대한다고 비판한다.

여론의 흐름을 보면 진보 =신재생, 보수=원전이란 프레임이 만들어 졌다. 하지만 에너지정책은 정치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경제성, 환경성, 공급 안정성, 경제상황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설비를 구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바닥 뒤집듯 결정할 일도 아니다. 최근의 여론을 보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로가 탈원전을 가속화해 당장 요금이 폭등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어쩌면 탈원전이 불가능한 전원 구성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준공될 원전이 5기가 남아 있고, 해외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신고리 4호기를 시작으로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가 2023년까지 준공되므로 총 7000MW 규모의 원전설비가 추가된다. 특히 이번 백지화계획에서 빠진 신한울 3・4호기의 최종결정 여부에 따라 원전의 비중은 2030년 이후에도 현 설비용량기준인 2200만kW를 유지할 전망이다. 오는 2023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설비가 늘어나며, 이후 매년 수명을 다한 원전폐로가 시작된다. 특히 2023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예단할 필요도 없다. 전기요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값싼 전원인 원전의 축소로 비싼 LNG 발전을 돌리게 되면 원가가 올라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값싼 전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화(化)로 빠르게 진행되는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요금을 올려야 한다. 요금을 올려 수요를 줄이고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요금을 올려야 할 곳은 원가이하로 공급되는 곳이다. 이 부문의 요금은 원가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이런 종합적인 고려를 함께해야 ‘에너지전환’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원전과 신재생이 두패로 나눠져 집단의 이익 내지 정치적 성과를 얻기 위해 주장하는 무리들을 경계해야 한다. 에너지정책은 20~3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진행과정에서 기술의 진화, 국내외 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수정이 충분히 가능하다. 에너지분야에서 전환이란 단어에 매몰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 사실 에너지전환은 속도의 문제였지 역대 정권을 거쳐 꾸준히 진행돼 왔다. 전 정권에서 수립한 7차전력수급 계획에서도 신재생에너지는 놀랄 만큼 확대됐고, 또 정부는 신재생 확대정책을 펼쳤다. 다만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속도에 현기증을 느낄 뿐이다. 에너지전환은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으로 발전원만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 소비구조, 기술 트렌드, 인구의 변화 등 다양한 결정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또 그래야 에너지전환이 연착륙 할 수 있다. 에너지정책에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고, 당초의 계획은 누더기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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