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kW 추가증가 후 감소로 전환…2030년 이후 환경・경제성 담은 에너지정책 필요
하반기 원전이용률 77%까지 국민 84% 에너지전환에 찬성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지난 15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를 의결하면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내걸고 탈원전 정책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값싼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늘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2023년까지 원전 설비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9월 준공 예정인 신고리 4호기를 시작으로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가 2023년까지 준공되므로 총 7000MW 규모의 원전설비가 추가된다. 특히 이번 백지화계획에서 빠진 신한울 3・4호기의 최종결정 여부에 따라 원전의 비중은 2030년 이후에도 현 설비용량기준인 2200만kW를 유지할 전망이다. 2022년, 2023년 준공예정인 신한울 3・4호기는 140만kW 용량의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현재까지 한수원이 1777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마지막 원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신고리 6호기 준공 이후 2023년부터 2029년까지 해마다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발생하면서 원전 설비 규모가 줄어든다.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줄이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원자력계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며, 내진설계·자동정지 시스템 등 안전체계를 갖춘 원전이야말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경주, 포항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진과 원전부품 납품비리, 격납건물 내부철판(CLP)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구멍) 등의 부실공사 의혹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낮은 원전가동률 일시적 현상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올 초 낮은 원전가동률의 원인으로 ‘탈원전 정책’이 지목됐으나, 탈원전 정책은 60년에 걸쳐 진행되는 ‘감원전’ 정책에 가깝다.

현 정부의 원전정책은 신고리 6호기를 마지막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정책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영향이 나타나기 어렵다.

2000년대 90%를 웃돌던 원전가동률이 올 초 50%대로 떨어진 이유는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빛 4호기 등 가동 원전에서 격납건물 CLP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 증기발생기 내 금속 이물질 등의 문제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모든 가동원전에 대한 안전성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진 것에 대해 “정기검사 기간에 발견된 문제에 대해서 한수원의 확대점검과 시정조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며 “1기의 원전에서 규제 현안이 발생하는 경우 전 원전으로 확대 조사를 실시해 철저히 확인하고 있으며, 안전성 확보가 확인되면 재가동을 승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던 원전의 재가동이 승인되면서 20일 기준 가동 원전 23기(월성 1호기 제외) 중 6기가 계획예방정비 중이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향후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고려해 올 2분기 62.6%, 3분기 77.2%, 4분기 77.5%로 원전가동률이 높아지며, 하반기 원전이용률은 77.3%일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까지 원전 설비 증가…국민 대다수 전기요금 인상 수용 동의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차례차례 준공되면서 2023년까지 원전 설비는 증가된다.

정부가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하는 이유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는 2023년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원전이 설계수명을 다하면서 원전 설비 용량이 차츰 줄어든다.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원전의 설비용량 비중은 11.7%로 2017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 된다. 반면 재생에너지 설비비중은 지난해 9.7%보다 약 3.5배 증가한 33.7%이다. 원전 비중 축소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진행될 공산이 크지만, 계획대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림훼손, 주민 수용성 등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성패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보에 실패하면 그 자리를 LNG발전이 차지해 전기요금 인상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계 전문가는 “국내 여건을 고려했을 때 재생에너지 보급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설비 확보가 어려울 경우 LNG 발전 가동률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결국 경제성과 환경성 두 마리 토끼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단체 등 정부 정책 찬성론자들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 하며 국민들도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일정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은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 요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이 지난해 10월 조사에 비해 6.8%p 상승한 84.6%에 달했다. 월평균 전기요금을 1만5013원 더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미세먼지가 악화되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른 비용은 분명히 발생한다”며 “최근 조사를 보더라도 국민들은 값싼 전기요금보다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