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 산업혁명 물결은 전력망에도 많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전력계통과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은 과히 파괴적 혁신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전력설비가 ICT를 만나 위험하고 기피대상에서 통신망처럼 소프트하고 유연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보다 친화적 매체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정전의 경험을 지닌 사람을 찾기 어렵다. 과거 이삿집이나 신혼부부의 집들이에는 성냥과 양초가 단골 선물이던 시대가 있었다.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정전을 대비한 비상용 수단을 선물하는 격이다.

배전계통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 출동해서 고장개소를 찾고 복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서 불편했지만 의례 당연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의 정전은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 정전은 곧 전쟁과도 같은 끔찍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전의 배전자동화(DAS) 덕분으로 우리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바로 세계 최고수준의 전력품질을 제공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현재의 배전자동화는 고장복구에 일정시간의 정전이 수반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력계통 운영은 단방향성의 주파수와 전압관리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변동성이 많은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와 충전기(EV&C) 등 다양한 분산형전원이 계통에 연계되면서 배전계통은 사람의 경험과 기술계산 프로그램을 돌려서 계통운영을 실시간 판단하기에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선진국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로 서로 앞 다투어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는 재생에너지 공급과잉으로 출력을 제한하는 제도가 등장하고 원자력과 같은 기저발전 생산단가와 같은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와 같은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력계통에서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해서 사용한다는 생각은 소설 같은 얘기였지만 지금은 전체 송변전계통의 전압과 주파수를 조정하고 낮 시간에 태양광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두었다가 심야에 꺼내 쓰거나 여름, 겨울철 전력소비 과다시간 때에 꺼내 쓰는 ESS는 재생에너지가 안고 있는 간헐성을 해소해 줌으로써 전력망 운영의 위험요소를 극복해주는 대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 등 국가적 책무에 따라 재생에너지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이 배전계통이 더욱 복잡해짐으로써 종전의 배전계통운영시스템이 고장관리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부하관리, 조류계산, 보호협조 등 배전계통 해석을 통한 전력품질관리에 중점 배전자동화는 더 똑똑해져야 할 수밖에 없다.

청정에너지 발전소 건설도 중요하지만 에너지사용 효율화라는 측면에서 ICT의 역할이 요즘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기사용자는 에너지 통합 플랫폼 서비스 아래서 합리적 사용으로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계통운영자는 고도화된 계통운영시스템을 통해 전력 예비율 관리를 최적화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 전력망은 전력기기와 사물인터넷(IoT)이 결합돼 대용량의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고장유형을 분석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미연에 고장을 예지함과 동시에 스스로 고장을 치유함으로서 전력계통 자율 운전을 통해 정전 없는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

한전은 전력망의 디지털화를 위해 앞으로 전주, 개폐기, 변압기, 케이블 등 모든 전력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고장예지, 수명진단을 위한 디지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전력망 시대를 준비하고자 한전KDN은 한전과 공동으로 현재보다 안정적이면서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국제표준 기반의 개방형 전력계통운영 플랫폼 ▲분산형전원 종합운영시스템 ▲고장예지 및 고장자동복구(Self Healing)가 가능한 차세대 배전계통운영시스템(ADMS)을 개발 중에 있다. 그 동안 중전기기 등 전력 기자재 위주의 수출에서 본 시스템이 개발 완료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최초의 전력계통운영시스템 수출도 전망된다. 여기에는 토종의 전력ICT 전문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혁신과 상생이라는 모토 아래 전력망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AICBM)을 접목하여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해 나아갈 것이다.

(정수옥 한전KDN 배전사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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