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전과 발전사 등 전력공기업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인사다. 상임이사부터 직원 인사에 이르기까지 당초 계획보다 몇 개월 늦어지면서 심하게 표현하면 직원들이 일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전력그룹사 중에서 한전을 비롯해 한수원, 남동발전, 중부발전,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한전KPS 등의 상임이사가 아직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한전원전연료 정도만 상임이사 인사를 끝내고, 직원 인사도 1직급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사장이 부임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해 회사 경영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상임이사 인사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서 소관 부처인 산업부에서는 명확한 설명 없이 인사검증이 늦어지고 있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실제 일부 기관에서는 3배수에 오른 후보자 중 상당수가 인사검증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검증 탈락 사유도 다양하다. 음주운전부터 땅 투기, 부정직한 재산 증식, 위장전입, 각종 비리 연루 의혹 등등. 이중 가장 많이 후보자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재산과 관련된 부분이다.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와 오피스텔, 아파트 등을 구입했다는 의혹으로 낙마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철저한 인사검증을 위해 지연된 이유도 있지만, 각종 인사 청탁과 인사개입도 인사를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어떤 상임이사 후보는 본인이 최종 3배수에 오르자 접근해 오는 이들이 많다고 고백했다. 상대 유력후보의 약점을 알고 있다느니, 잘 알고 지내는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인사와 연결시켜주겠다며 각종 특혜와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인사 청탁이 난무하면서 소위 빽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상임이사는 사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과거에는 기관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정부와의 교감을 통해 결정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청와대가 개입한다느니 산업부가 개입한다느니 하는 등의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공기업도 하나의 기업이다. 과거 자원외교비리나 채용비리 등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부 개입과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관장에게 최대한 자율과 책임을 주는 게 맞다. 인사가 늦어지면서 아까운 시간만 몇 개월 지나버렸다. 더 이상의 시간 낭비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외부의 인사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기관장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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