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교통 분야에 위기이자 기회”
“융·복합 연구 시급…유라시아 선도정책도 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빈번히 언급되는 분야가 바로 교통이다. 물류·수송적인 측면에만 치우쳐 있던 기존의 교통수단들이 빅데이터·AI 등 신기술의 도입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생겨난 공유경제·자율주행차 등의 신산업 분야는 장기적으로 산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급변하는 국내외 외교·정치적 역학 관계도 교통 분야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근래 들어 급진전된 남북 관계 덕분에 북한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까지 교통망을 연결할 수 있다는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야흐로 변화의 시대에 직면한 교통 분야는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만 할까. 국내 교통 분야 제1의 학회인 대한교통학회의 최기주 회장에게 교통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편집자 주)

▶취임하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학회에도 다양한 변화가 따랐는데, 특히 주력하신 업무가 무엇입니까.

“회장으로서 기술, 경제상황, 정치, 남북관계의 변화 등 이 시대에 부여된 막중한 책무에 대해 책임을 통감했습니다. ‘교통 커뮤니티’라는 학회의 주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한 학회의 관련학술 기능강화를 중심으로 학회의 각종 행사 및 자료를 거의 익일서비스로 제공하고 소통함으로써 학회의 일들을 부산, 제주, 광주 등 지방 회원들의 편익을 확대하는 데 활동의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를 위해 모바일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구현했습니다. 즉, 대한교통학회지, 영문학회지 및 기술과 정책학회지 3종류의 학술기술지를 스마트폰을 통한 접근은 물론, 공청회 토론회 등의 자료를 시간 제약상 또는 여러 가지 형편으로 오지 못한 분들에게 최대한 제공했습니다. 학회의 일들에 대해 멀리 떨어져 있는 회원들과도 함께 공유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아울러 학회의 학술기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이를 위해 위원회 기능도 정비하고 활성화했습니다. 과거 1년을 돌아보면 학술부문의 상당한 기능향상이 있었고 저조했던 회원의 참여율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회 학술대회 당일의 행사가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도시재생, 자율주행, GTX 등 현금의 이슈를 토대로 산학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앞으로는 학술지 고급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일 예정입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특별호는 물론, 홈페이지 개편준비를 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완성할 계획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교통 분야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들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해외에서는 오히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공유와 혁신이 그 기본적인 변화의 근원을 제공하는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작금의 현황은 교통에 있어서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우버(Uber)와 리프트(lyft)의 등장에 따른 택시산업의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자율주행, IoT 및 AI, 빅데이터 등 현재의 기술과 여건을 넘어서는 기술들의 등장은 사망자를 줄이고 혼잡을 완화시키면서 CO2를 줄일 수 있어 장래에는 새로운 형태의 교통체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종의 공리주의적인 방향을 견지하되 기존의 자본주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향으로의 혁신의 견지가 필요하며, 그에 걸맞은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와 올해 초 개최된 추계·춘계학회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학회를 준비하시면서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교통 분야에서의 신학문의 접합으로 빅데이터, AI를 결합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여러 학술대회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데이터 플로 그래프를 활용해 수치를 계산하는 텐서플로(Tensor Flow)나, 러신머닝 등 산업전반에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된 기술들을 교통이란 분야에 전파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 특히 빅데이터를 이용한 기계학습에 의한 프로세스의 개선은 교통산업에서의 질적, 구조적 변혁을 가져올 보완적 혁신을 가능케 할 것이고, 종국적으로 생산성의 향상을 이끌 것으로 사료됩니다.”

▶학회는 교통 분야 연구개발의 최신 흐름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실 때 교통 분야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특히 주목할 만한 흐름이 있다면.

“교통 분야는 시설의 공급이란 측면에서 계획, 설계, 운영의 3박자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지만, 향후에는 빅데이터의 플랫폼에 통합돼 계획 20년, 설계 10년, 운영 5년의 사이클이 아닌, 실제적인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가 등장하고, 용역·연구의 시장구조가 바뀔 것이란 얘기입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빅데이터 기반의 교통수요예측, 교통시설의 데이터 기반의 설계(통합환승역의 동선 설계 및 환승편의시설 입지결정 등), 영상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교통제어 등의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는 진정한 의미의 빅데이터가 양산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봅니다.”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은 기존의 ‘교통’ 개념에도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 교통 분야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교통의 3요소는 인간, 차량, 인프라입니다. 차량부문에서의 자율주행기술의 등장은 나머지 2가지 분야에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사람 부문에서 약자, 어린이, 기타 장애자들도 통행(운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운전자면허, 시험 등등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겠지요? 아울러 사람의 심리상 내가 운전하지 않으니 더 차 내 통행시간에 대한 저항이 줄고 보다 먼 거리 통행이 유도돼 총통행거리가 증가하고 에너지가 더 소비되는 등 도시 스프롤 현상(urban sprawl)이 가속화될 수도 있겠지요.

다른 하나는 인프라 관점의 변화입니다. 센서로모든 것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인프라의 지능화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요금을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프라를 책임지는 전문가들도 분명 자율주행의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3개의 구성으로 이뤄진 교통체계가 더욱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체계로 거듭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쪽으로의 예산과 노력을 집중하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나야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거나, 특히 집중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빅데이터, AI, 자율주행 및 C-ITS연구회 등을 만들어 최신의 이론과 실제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국내 유관학회와의 공동노력도 진행 중입니다. 자동차공학회, 통신학회 등 자율주행 차량과 관련한 학회는 물론, ITS학회, 도로학회 등 전통인프라와의 유관성을 증진하고 교류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학회의 국외 교류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아시아·미국 등 학회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을 비롯해 우리 학회의 역할을 더욱 제고함은 물론, 발전된 이론과 실제를 배우고 토론해 회원의 편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구조로 혁신해나갈 예정입니다.”

▶근래 들어 남북관계가 급진전한 부분도 교통 분야의 미래와 관계가 깊어 보입니다. 이 같은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앞으로의 전망도 들려주십시오.

“교통은 통일을 빨리 오게 하는 최적의 매개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설계가 완료되면 개성과 신의주 고속철도의 시공은 마음만 먹으면 1년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람과 물자가 왕래해 북한의 경제가 정상화되면 더 이상 핵을 사용할 필요도 없게 될 것입니다. 국내의 기술로 북한의 인프라를 포용해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선도정책은 북한에게도 우리에게도 많은 기회가 될 것이고,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남북한 관계의 진전으로 결국 도로·철도 및 항공·항만은 연결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한 중장기적 포용교통계획이 필요한 시점이 곧 도래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학회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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