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철 한국교통연구원 주임전문원 北 언론 통해 교통 인프라 분석 시도
北 철도 보도 건수 最多…철도건설·시설보수 등 중점적으로 보도 ‘관심’

“문재인 대통령께서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럽다.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고속열차(KTX)가 다 좋다고 하더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사전환담에서 북한의 교통 인프라 상황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철도 관련 발언이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철도·도로 등을 통해 방북한다면 “민망스러울 수도 있겠다”며 항공편을 이용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북한의 철도 인프라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직접 언급하면서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큰 관심과는 달리 북한 철도 현황을 파악할 만한 근거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언론을 통해 인용되고 있는 내용 또한 발표된 지 10여년이 경과했거나, 북한을 방문했던 전문가들의 목격담에 기반한 것이라 구체적인 현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김선철 한국교통연구원 주임전문원이 ‘월간 교통’을 통해 발표한 ‘북한 언론의 교통물류분야 2017년 보도 동향과 특징’은 소문만 무성했던 북한 철도의 현실을 가늠할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할 만하다.

김 주임전문원은 ‘조선중앙TV’, ‘로동신문’, ‘민주조선’ 등 북한 공식 발행 매체의 분야·주제별 보도 건수를 집계, 북한 당국이 지난해 어떤 수송수단에 중점을 둔 교통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했는지 살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전체 발행 매체의 교통물류 분야 보도 건수 284건 중 철도분야는 192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도로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물동량의 70% 이상을 철도가 담당하고 있는 북한의 교통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철도 분야 보도내용을 세분해보면 철도건설과 시설보수 관련 보도가 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송성과 강조 보도는 47건, 차량 및 관련 설비 생산과 수리성과 보도도 46건으로 뒤를 이었다.

김 주임전문원은 “철도시설과 생산 수리 관련 보도로 비중이 옮겨오는 것을 통해, 현재 북한 당국이 철도 시설 및 차량 관련 문제점을 주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에 목표 달성을 선동하는 보도 방향이 철도 관련 기술과 설비의 생산, 관련 시설 건설과 보수 등을 포괄하는 철도 현대화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설명했다.

이밖에 수송 분야에서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최근의 흐름도 유의미한 변화로 거론됐다. 2016년 하반기부터 ‘만리마속도창조’ 구호의 등장 빈도가 높아진 것은 교통 인프라 개선에 대한 북한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만리마속도창조’를 강조한 보도 건수만 해도 20여건에 이르며, 삼지연 철도 건설과 평양 여명거리 건설 속도를 단축시키고자 이 운동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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