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 늘리려면 파워트레인의 구동효율 혁신 필요

이영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영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각국의 배기가스 및 연비에 대한 규제 강화로 모터의 힘으로 구동하는 전기차 사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996년 GM에서 만든 시험적 전기차 EV1은 차체 무게의 절반에 해당하는 납축전지를 사용해서 90Km의 주행거리를 보였다. 이후 리튬이온 전지의 발전을 통해서 전기차의 무게와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왔고 근래에는 차체무게의 약 30%에 해당하는 60Kwh의 배터리를 사용해서 380Km를 주행(GM Volt)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수준에 도달하였다.

일반적으로 모터의 효율은 휘발유 엔진에 비해 4배 이상이다. 테슬라 S의 경우, 휘발유 10리터 정도를 태워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인 100kWh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해서 56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하니 리터 당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56Km에 달한다. 이처럼 단위거리를 주행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이라는 면에서 보면 전기차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차에 비해서 그 효율성이 월등하다. 화력발전을 사용하여 배터리에 충전할 전기를 생산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생각하더라도 단위거리를 가기 위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기차의 경우가 엔진 차에 비해서 낫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화력발전이 아니라 신재생 발전을 통해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경우라면 그 우월성은 더 확연해 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배터리의 단위용량을 개선함으로써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여 왔는데 이는 조만간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대신 차체의 무게를 줄이거나 구동계통인 파워트레인의 구동효율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주행거리의 혁명” 파워트레인의 잠재력, 2016년 LG 경제연구원)

전기차의 구동계통은 트랙션배터리와 구동모터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전력변환기로 이루어진다. 현재 상용 전기차에 사용되는 트랙션배터리는 모두가 리튬이온계이며 여러 종류의 리튬이온 배터리 중에서 NMC(Nickel Manganese Cobalt)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NMC type의 배터리 셀은 정격 전압이 3.6V 정도이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팩은 여러 개의 배터리 셀들을 직/병렬로 연결을 하여 필요한 만큼의 전압과 전류용량을 가지도록 만들어진다. 이 때, 배터리 팩에 사용된 각 배터리 셀들의 상태를 감시하면서 SoC(State of Charge)를 추정하고 충방전을 관리하면서 셀 전압들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과충방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가 배터리관리 시스템(BMS)이다. 리튬이온 계열의 배터리들은 SoC와 전압의 관계가 온도와 배터리의 방전전류 등에 따라 변하며 비선형적이 때문에 SOC 추정을 위해서, 배터리로부터 충방전 되는 전류의 양을 측정하는 쿨롱카운팅과 배터리가 가지는 전압-SOC 특성곡선에 의해서 셀 전압으로부터 SOC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인 드리프트포인트를 확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현재 상용 전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용량은 22kWh에서 100kWh 범위이다.

전기차의 충전문제는 전기차의 본격적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핵심 요소이다. 완전충전에 5시간 정도 걸리는 완속 충전기(Level 2)는 차 외부로부터 AC를 공급 받아 차에 설치된 OBC(On Board Charger)를 거쳐서 배터리에 충전을 하게 된다. 이때 OBC는 BMS와 연동하여 충전 중에 셀 전압들이 균일하게 유지되면서 과충전이 이루어지지 않게 한다. 둘 사이의 연동은 CAN 통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30분 정도에 완충을 할 수 있는 급속충전방식(Level 3)은 차량 외부에 급속충전기를 두어 계통의 3상 AC 전원을 DC로 변환하여, OBC를 거치지 않고 직접 차량의 배터리에 충전을 한다. 이때도 역시 외부의 급속충전기와 차량의 배터리 BMS가 연동할 수 있는 연결선이 전원공급선과 더불어 필요하다. DC 방식의 급속충전방식의 표준들인 CHAdeMO, CCS들은 50kW까지의 전력공급이 가능하며 Tesla 방식의 경우 120kW까지의 전력을 공급한다. 근래에는 3상 AC 전원을 직접 차량의 OBC에 공급하고 이를 통해 배터리에 충전을 하는 급속충전 방식도 르노사에서 상용화 되었다. 앞으로 V2G 및 G2V 동작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AC 급속충전 방식의 차량이 많아 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 아파트와 같은 주택가에도 3상 전원공급 설비와 더불어 차량별로 충전 및 방전량을 지정할 수 있는 통신망,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구동모터로는 영구자석 동기모터가 높은 효율과 높은 무게 대비 출력량의 특징에 의해서 전기차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테슬라는 예외적으로 3상 유도전동기를 사용하고 있다. 유도전동기는 영구자석 동기모터에 비해서 가격이 싸고 고장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의 가속력과 최고속도 유지 능력 등은 모터 토크제어기의 성능에 달려 있다. 전통적인 PID 제어기를 활용한 제어기법 뿐만이 아니라 강인제어, 예측제어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빠른 응답과 적은 토크리플을 나타내는 토크제어기 설계에 관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차 적용을 위해서는 고속에서의 약계자 운전은 토크제어기 설계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근래에는 릴럭턴스 모터를 전기차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릴럭턴스 모터는 회전자에 전류가 흐르지 않으므로 그에 따른 손실이 없고 따라서 열이 적게 발생한다. 다만 저속에서 토크리플이 심하고 소음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어서 보다 정교한 제어가 필요하다. 모터는 엔진과 달리 최대토크를 0rpm 부터 낼 수가 있다. 따라서 높은 가속 성능을 나타낼 수 있으며 엔진 회전속도를 적정 RPM으로 유지 시키기 위한 변속장치들이 필요 없게 되어 차량의 구조가 간단하게 된다.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에 있어서 감속 시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배터리에 저장하는 회생제동 기법은 엔진 차에서는 있을 수 없는,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 회생제동의 기본원리는 차량의 감속이 필요할 때에 토크제어기의 토크 설정 값을 음의 값으로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류공급 방향이 가속 시의 반대가 되어서 배터리로 충전전류가 흘러들어가게 된다. 회생제동의 효율성은 차량의 속도, 원하는 제동력, 차량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음의 토크 설정 값을 적절히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기차에는 배터리의 DC, 모터 및 계통의 AC, 트랙션배터리의 높은 전압과 전장장치를 위한 낮은 전압들이 공존한다. 따라서 이들의 상호 변환을 위한 전력변환기가 많이 사용된다. 모터제어기의 3상 양방향 DC/AC 인버터는 배터리와 모터 사이의 전력 흐름을 제어하며 V2G와 G2V가 가능한 OBC 역시 사용되는 인버터 역시 양방향 DC/AC 인버터를 사용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저압 배터리는 DC-DC 컨버터를 통해서 고압의 트랙션배터리로부터 전력을 공급 받아 충전된다. 이들 전력변환기들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들이 변환기 구조설계와 제어기법 면에서 연구되고 있다.

전기차 구동시스템을 제작하고 제어하는 기술은 전기차 완성차 업체에서 활용 될 뿐만이 아니라 노후화된 엔진차를 전기차로 변환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엔진차를 전기차로 변환하는 경우, 기존 상용차의 완성도와 차량번호 등을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 매연 배출이 없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는 큰 이점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엔진차의 전기차 변환 사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도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제도개선의 필요가 있지만 사업화의 법적통로는 열려있다. 리튬이온 계열의 배터리 생산과 IT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구동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 변환 사업이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뛰어들어 볼만한 사업 분야라고 생각된다.

이영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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