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1년 ‘연착륙’성공…‘글로벌 일류기업’도약

현대일렉트릭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독립·분사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주영걸 현대일렉트릭 대표는 연초에 “2018년을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최고 품질의 명품 생산 ▲첨단 기술 확보 ▲CIC(사업본부 독립경영) 체제 정착 ▲안전한 사업장 구축 등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일렉트릭의 각오와 목표를 들여다봤다. 다음은 주영걸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대중공업에서 독립한지 1년이 지났다. 우선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독립 이후 지난 1년간 많은 분들께서 보내 주신 따뜻한 응원과 관심으로 현대일렉트릭은 조기에 시장에 안착해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해엔 글로벌 경기침체 및 저유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전력 인프라 투자가 감소하고,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신흥국 업체의 시장 침투로 인한 가격 경쟁 심화 등 시장 상황이 지속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지난해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서 고려아연 등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태국에서 400억원 이상의 고압차단기를 수주해 동남아 시장 진출 거점을 마련하는 등의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쉽지 않은 시장환경 속에서 성공적인 새 출발을 위해 애써주신 임직원 여러분 및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독립 1년 동안 주력제품 프리미엄화와 R&D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추진 현황과 실제 성과가 궁금하다.

“우리 회사는 심화되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 가치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이런 투자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 중국법인인 현대중공전기유한공사를 인수했고, 지난해 12월 스위스 연구소를 설립했다. 올 2월엔 헝가리기술센터(H-TEC)를 확장 이전하는 등 글로벌 R&D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덧붙여, 지난 5월 국내 전력기기 업계 최초로 제품 품질을 연구 개선하고 평가하는 신뢰성센터를 구축했다. 이에 제품 내구성과 내환경성, 안정성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과 신성장동력(ICT 솔루션 확대, 양산제품 확대) 확보도 주요 경영 전략으로 전개했다. 이 분야에선 어떤 성과가 있나.

“독립법인 출범 이후 시장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중국 양중법인 인수, 태국 방콕지사를 설립 등 중국 및 아세안 전력기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불가리아 법인을 인수했고 올 4월 미국 알라바마 변압기 공장을 인수하는 등 전 세계 주요 전력시장에 생산 자회사를 보유, 영업 인프라를 강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와 분산 발전 등 전력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ICT 에너지 솔루션을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갈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독립법인 출범에 앞서 ICT 플랫폼 ‘INTEGRICT(인티그릭)’을 출시해 전력에너지의 생산·소비·판매·운영 등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해당 성과로는 지난해 7월 고려아연으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용 ESS(에너지 저장장치) 센터를 수주해 올 4월 완공했다. 또 내년 초 충남 서산 간척지에 완공될 국내 최대 육상용 태양광 발전소에 ESS를 공급·설치하는 등 국내 동종업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줄곧 전기전자 분야에 몸담았고, 현대일렉트릭의 초대 사령탑이 됐다. 35년의 회사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1983년 현대중전기에 입사 이래 10년간의 시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정부는 중복·과잉 투자된 중화학업종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국내 변압기 시장은 효성, 차단기 시장은 금성계전(현 LS산전)으로 사업자를 단일화했다. 따라서 현대는 국내 전력기기 판매를 10년간 금지 당했고 당장 수출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당시 ‘현대’는 외국인들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어서 수주 상담을 신청해도 ‘오지 말라’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당시 국내 전력기기 사업은 아직 태동기여서 외국 업체에서 비싼 값을 주고 기술을 사와야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당시 다른 직원들과 해외 선진업체로 자주 단기 연수를 가서 작은 것 하나라도 더 배워 오고자 했다. 기술 수입에 따른 영업상 한계도 있어서, 선진국의 원천기술 업체들이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자주 개입했고, 특정 국가 수출을 막기도 했다. 이런 시기를 겪으며 우리는 기술 경영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게 됐다. 나는 어렵더라도 자체적으로 우리만의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다. 1990년 회사가 독일 지멘스에서 60만 달러에 회전기 절연시스템을 수입했을 때, 당시 팀장으로서 ‘우리가 만들어 보자’고 막았고 회사도 결국 독자 개발로 선회했다. 그때 개발한 기술은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하는 세계 일류 기술로 발전했다. 결국 이러한 ‘10년의 시련’은 현대를 수출 중심 사업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자양분이 됐고,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인 코리아’ 전력기기의 평판을 높일 수 있던 계기가 됐다.”

▶연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하다.

“우선 올해 88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울산의 변압기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R&D부터 설계, 생산, 제품시험까지 가능한 설비를 구축해 R&D와 생산이 결합된 미래형 공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또 연구 인력을 기존 대비 30% 확대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산발전 등 정보통신기술 에너지사업 강화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해 한 번 더 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1분기에 주력시장인 중동의 정세불안과 미국 시장(관세장벽)의 영향 등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T 분야 매출 증가 등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실적 반전을 어떻게 이룰 생각인가.

“연초에 밝힌 것과 같이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신재생 ESS분야, 특히 태양광 ESS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반등을 꾀할 생각이다. 최근 서산 간척지에 건설되는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 건립 사업 참여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기존의 전력기기 사업에서도 반등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연말 내 중동시장에 당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예상되고 있어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변압기와 중저압차단기 공장의 스마트팩토리를 추진 중이다. 국내 업계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일이라 관심이 많다.

“우리 회사는 변압기 공장에 스마트한 생산환경을 구축해 글로벌 일류 수준의 초고압 변압기 스마트팩토리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설계·개발·제조 및 유통 등 모든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ICT기술을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이다. 예컨대 변압기의 주요 공정인 절연물 가공·철심적층·권선·조립·시험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분석하는 한편 공장 곳곳에 센서와 카메라를 부착해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이상 징후 설비나 불량제품 발생을 감지하는 등 전체적인 공정을 제어할 수 있다. 연내 스마트팩토리가 완공되면 연 200억원 수준의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전체 공정·생산관리 시스템의 고도화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업계 처음으로 신뢰성센터를 개소했다. 의미와 기대효과가 궁금하다.

“현재 글로벌 중전기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High End, Mid End, Low End 시장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오로지 우수한 기술과 최고의 품질 및 고도의 신뢰성을 갖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급변하는 전기전자 시장에 대한 응답으로 품질 신뢰성 센터를 개소했다. 총 4층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개소한 신뢰성센터는 13개의 시험평가실과 51개의 주요 시험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의 품질수준 향상뿐만 아니라 개발기간 및 납기 단축, 외부 시험기관 의뢰비용 절감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주말을 활용해 수 십 차례에 걸쳐 조직문화 캠프(워크숍)를 열어 비전 공유와 소통에 힘을 쏟은 걸로 알려졌다. 조직 문화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바뀌었나.

“언급한 것처럼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총 30차수에 걸쳐 전사원 조직문화캠프를 실시했다. 평소 교류가 어려웠던 타부서 직원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생활하면서 상호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했다. 임직원들의 참여도가 높고 호응이 좋았던 만큼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더욱 활발히 소통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조직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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