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이행실적 제대로 파악 못해…양적 확대 치중 부작용
산업부, “강제수단 없고 적은 관리인원 한계…하반기 취합결과 나와”

계약전력 1000kW 이상 공공기관이 계약전력의 5% 이상을 ESS로 채우도록 한 공공기관 ESS 설치 의무화 사업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을 관리하는 산업부와 에너지공단 등에선 지난해까지 ESS가 적용돼야 했던 계약전력 1만kW 이상인 기관의 설치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말이 기한인 5000~1만kW 규모 공공기관의 진행 상황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부는 지난 2016년 5월 공공기관의 ESS, BEMS 의무설치를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을 개정·고시한 바 있다. 대상기관은 계약전력이 1000kW 이상인 공공기관으로, 전국 1382곳에 달한다. 이들은 계약전력의 5% 이상을 ESS로 채워야 한다.

당시 산업부는 신축건물은 2017년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건부터, 기존 건축물은 설치 공간과 예산 등을 감안해 계약전력 1만kW 이상은 2017년, 5000~1만kW는 올해, 2000~5000kW는 내년, 1000~2000kW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 공공기관의 설치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10월 김규환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계약전력의 5% 이상을 ESS로 채워야 하는 공공기관 20여 곳 중 설치를 완료한 곳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전기연구원 등 3곳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사업 초기부터 업계에선 예견된 실패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ESS를 설치하라는 가이드라인만 있었을 뿐 실제 공공기관에 충분한 설명과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마다의 특수한 상황이나 설치 여건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도 문제가 됐다.

공공기관에서도 “ESS 보급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왜 해야하고, 예산은 어디서 확보해야 하는지를 몰라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건물이 설치 대상인지, 예외 조항에 포함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한 공공기관 ESS 의무설치 사업은 결국 탈이 났다. 계약전력 1만kW 이상은 이미 지난해까지 설치가 완료됐어야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에너지공단 그 어디서도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올해까지 사업이 진행되는 5000kW 초과 공공기관에 대한 현황도 당연히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예상보다 실적 집계가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나 현재 대상 공공기관들의 실적을 취합하는 단계이다. 하반기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ESS 설치는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2020년까지 긴 호흡으로 진행하는 일이다. ESS 설치 대상기관도 연차가 진행될수록 배 이상 늘어난다.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 정비 등 사업의 관리체계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양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다보니 ESS 설치를 의무화했음에도 미이행 시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공공기관에 이를 강제할 만한 수단이 없다”면서 “1~2명의 인원이 1000개 가까운 공공기관에 일일이 연락해 상황을 물어보고, 예외조항 등에 적용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저희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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