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어린 나이 때부터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
찾아줄 수 있는 이가 가장 훌륭한 선생님으로 평가 받아

프랑스 오바진 수녀원 입구
프랑스 오바진 수녀원 입구

옹색하고 비좁은 양복점 공방.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졸업하면서 바로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었고 클로에의 대표이사 ‘무니르 무파리쥐’에 의해 새로운 디렉터로 영입될 수 있었다. 무려 41명의 후보를 인터뷰한 끝에 스텔라의 강한 캐릭터와 여성과 의복에 대한 그녀의 이해력에 매료되어 패션스쿨을 막 졸업한 초보 디자이너에게 클로에 수석디자이너를 맡겼고 그녀는 첫번째 컬렉션을 통해 숙련된 테일러링 기술을 바탕으로 1970년대 패션을 재해석해 보임으로써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으며, 다른 디자이너에게도 강한 영감을 주게 되었다. 그렇게 ‘스텔라 멕카트니’는 어린나이에 클로에 수석 디자이너로 승승 장구했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텔라 맥카트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동물 보호에 앞장서는 개념있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해서 그녀의 브랜드는 천연모피나 천연 가죽을 소재로 제품을 만들지 않기로 유명하다.

유럽은 이처럼 패션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면 바로 디자이너로 스타트 할 수 있는데 반해 한국에선 대부분 패션전문학교가 아니고 대학의 패션학과로 진학을 한다. 대학은 디자이너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패션학’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에 학문적인 수업과정을 마치고 졸업작품 정도를 경험하고 취직을 하게 된다. 한국의 패션학과에서 4년 동안 공부를 마치고 나오면 패션 회사에서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가고 싶다면 패션전문학교에서 공부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정서가 정규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대학의 패션학과를 가서 인생의 금쪽 같은 황금시간대를 그렇게 흘려보내고 대부분 본인이 디자이너로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는 생각에서 유학을 선택하든 아니면 서울의 사디(SADI)에 다시 지원하게 된다. 사디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디자인 전문학교이다. 이곳은 3년 과정인데 이곳을 졸업하고 나면 일반 회사에 취직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발목을 잡아 또다시 좌절하게 된다. 설령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디로 진학을 하겠다고 하면 진학상담을 하는 선생님부터 반대에 부딪친다.

뉴욕의 ‘파슨스’나 FIT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처럼 기술대학 혹은 예술대학에서 패션을 철저하게 실습 위주의 교육을 시키는 곳은 서울엔 사디와 프랑스 에스모드의 분교인 서울 에스모드가 한국에선 내가 알고있는 전부이다. 유럽에 의상 박물관에 가면 선생님을 따라온 유치원생이나 저학년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생님들은 어린아이들을 그 곳에 풀어놓고 무엇을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것

이 아니라 누가 패션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를 찾아줄 수있는 이가 제일 훌륭한 선생님으로 평가 받는다. 그런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도 학부형이 말이 통하지 않으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된다.

오래전 독일에 파견된 한국인들 가운데 그곳에서 정착한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학부형으로 학교에 가서 상담하는 과정에서 ‘당신의 아들은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고 고치는 것을 좋아하니까 라디오 고치는 직업을 선택하세요’라는선생님 이야길 들으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게끔 지도하는 그곳의 교육방침이 가난을 피해 남의 나라로 가야 했던 한국인들에게 매우 큰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었을것 같다. 한국에서는 유명대학에 몇 명을 입학시킬 수 있느냐로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고 학부모들도 그런 학교를 원한다. 이 때문에 창의성이 있는 학생은 대부분 문제가 많은 학생으로 분류된다. 물론 외국에도 유명대학의 진학률에 포커스를 맞추어 교육하는 명문 학교들도 많다. 고3이 되었을 때까지 어느 학과를 공부할지, 어느 대학을 갈지 결정을 못하고 수능시험결과를 기다리고 난 후의 결정은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할 확률이 너무 높다. 실력 있는 요리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 프랑스의 ‘꼬르동 블루’를 최고의 학교로 인정해주듯이 패션이라는 전문 분야를 학문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다는 것은 분명 국가적인 낭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해서 사회에 나올 때까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선배들이그렇게 했고 나도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고 금쪽같은 시간을 모두 날려버리고만다. 그리고 나중에 뭔가 알았을 때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렇다고 서울의 SADI 가 최고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삼성에서 만든 학교지만 사디를 졸업하면 삼성계열의 기업에서조차 전문학교 졸업 학력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불이익이 있다고 한다. 이건 사디가 풀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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