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를 꼽으라면 단연 상어를 들 수 있다.

상어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워 헤엄칠 때는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

상어가 입을 벌린 채 헤엄치는 것은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숨을 쉬기 위해서다.

상어의 아가미에는 운동기능이 없다. 때문에 입을 벌린 채 계속 움직여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쉴새 없이 아가미를 움직이면서 펌프질하듯 물을 빨아들이며 순간적으로 산소를 걸러내는 일반 어류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상어의 치명적 약점은 또 있다.

상어에는 물고기들의 몸에 있는 ‘부레’라는 공기주머니가 없다.

어류는 부레 속의 기체 양을 조절하면서 물에 뜨거나 가라앉는다.

하지만 상어는 부레가 없기 때문에 물속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헤엄쳐야만 한다.

또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몸도 가벼운 연골(물렁뼈)로 돼 있고, 내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도 비중이 가벼운 기름으로 채워져 있어 몸이 가라앉는 것을 방지한다.

이처럼 상어는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진화시켰고, 사자의 6배에 달하는 특유의 치악력(무는 힘)을 앞세워 바다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어처럼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진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과정을 혁신(革新·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혁신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 중 한국 기업은 네이버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정도에 불과했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술을 뜻하는 핀테크 업계의 혁신수준은 더욱 처참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가 지난해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 핀테크 기업에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기업은 조직구조, 프로세스, 시스템 전반에서 혁신해야 한다.

혁신의 전제는 기존에 안주했던 현실에 대한 파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시장지배력을 상실한 초우량 기업들’의 특징으로 ▲기존 고객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고객이 원하는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더 나은 수익을 약속하는 혁신에만 자본을 투자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기술 획득 과정에서부터 유통까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되 서로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운영의 묘야 말로 혁신기업이 가져야 할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가미와 부레도 없이 바다에서 최강의 포식자로 우뚝 선 상어의 진화(進化)는 대한민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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