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신재생 등 개별 시장 자리잡으며 상호운용성 다시 주목
우리나라 현 위치 냉정히 짚어봐야…콘트롤타워·리더십 필요

스마트그리드 위기론은 스마트그리드의 필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란 목소리도 들려온다. 에너지신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던 여러 산업들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면서 플랫폼이자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스마트그리드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스마트그리드는 그 자체로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ESS 등 여러 산업들이 고르게 성장하고, 사업이 완성되는 토양이라는 설명이다. 스마트그리드 없이는 개별 산업들의 연계나 통합은 불가능하다. 스마트그리드를 ‘시스템들의 시스템(System of Systems)’라고 지칭하는 건 이 때문이다.

박지식 스마트그리드 PD는 “스마트그리드를 단순히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조합하는 하드웨어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오히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산업계 전반의 모든 체계들이 상호 연계된 상태에서 최적의 효율로 움직이도록 하는 환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산업과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로써 스마트그리드를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저변확대에 대한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는다.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있어 플랫폼인 스마트그리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SS업계 관계자는 “EMS, PMS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망(grid) 전체를 아우르는 스마트그리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하드웨어 기술의 개발이 궤도에 오르면서 플랫폼인 스마트그리드가 다시금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호운용성과 표준, 시험인증 등 스마트그리드의 가치를 높이는 분야별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장을 ‘선도’한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취하지 말고 우리가 잘하는 분야, 방식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 우리나라는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으로 지정되는 등 당장이라도 세계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상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그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면서 “현재 스마트그리드 시장의 질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서 차분하게 준비해나갈 수 있도록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들의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PD는 “오히려 스마트그리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봐야한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ESS 등 개별적인 산업이 나름의 시장을 만들고 있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산업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소비자들이 스마트그리드를 필요로 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스마트그리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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