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신성장동력 선정 등 장밋빛 청사진 ‘기대’
확산사업 돌연 연기로 ‘골든타임 놓쳤다’ 지적
EV, 신재생 등 성장으로 ‘진화의 과정’ 해석도

2010년도 초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테마였다. 당시 전기계에선 ‘스마트그리드’라는 말을 빼놓고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4~5년 사이에 전기계에서 스마트그리드라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재개된 확산사업 등도 예전에 비해 주목도가 많이 떨어졌다.

이에 일각에선 스마트그리드 산업이 ‘퇴색’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예전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다시 도약할 것이란 장밋빛 예측도 존재한다.

지난 2004년 전력 IT 종합대책에서 태동한 한국의 스마트그리드는 2008년 정부가 국가 8대 신성장동력 사업에 선정하며 본격화됐다. 2010년 정부가 그렸던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에는 ▲2020년 광역단위 스마트그리드 완료 ▲2030년 국가단위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의 야심찬 정책 목표가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는 제주도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지능형 소비자 ▲지능형 운송 ▲지능형 신재생에너지 ▲지능형 전력망 ▲지능형 전력시장(서비스) 등 5개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는 현재의 전기차, AMI 확산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전국단위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돌연 시행이 2년 연기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제주에서 배웠던 노하우와 기대감은 2년이라는 공백기를 지나는 동안 송두리째 무너졌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기업과 전문가들은 ESS나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 개별 사업영역으로 눈을 돌렸다.

이를 두고 학계 전문가는 “한국의 스마트그리드는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일갈했다. 상호운용성이 핵심인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논의가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성장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산업 측면에서도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등 개별 영역의 사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동안 스마트그리드의 존재감은 희미해진 지 오래다.

이에 대해 박지식 스마트그리드 PD는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과거엔 존재했었느냐”고 반문했다.

박 PD는 “플랫폼·소프트웨어 중심인 스마트그리드는 당시에도 선언적·개념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분야였다”면서 “오히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의 시장이 자리를 잡고, 이를 통합·연계하는 영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그리드는 퇴색이 아닌 진화의 과정에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사업 초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스마트그리드가 이전 정부의 정책에서 소외를 받았다는 건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권의 교체가 스마트그리드의 단절을 불러온 결정적인 이유라고 주장한다. 이전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새 정부가 이을 필요도, 이유도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스마트그리드를 테마로 추진됐던 사업들은 이후 ‘에너지신산업’이라는 새 이름하에서 개별 영역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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