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한 편 더 찾아온다.

6월4일 처음 방송하는 KBS 2TV 월화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다. 인공지능(AI) 로봇과 인간의 사랑과 우정, 야망과 갈등을 그린다.

KBS는 31일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너도 인간이니' 제작발표회를 열고 이색 소재 드라마의 출범을 알렸다.

국내 굴지 PK그룹 며느리인 '오로라'(김성령)는 남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아들 '남신'(서강준)마저 시아버지 '남건호'(박영규)에게 빼앗긴 뒤 잠적한다. 아들을 그리워하던 오로라는 남신과 꼭 닮은 AI 로봇 '남신Ⅲ'(서강준)를 제작해 대리만족한다. 남신이 어머니를 만나러 체코로 오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해 코마 상태에 빠지고 만다. 오로라는 남신을 지키기 위해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PK그룹 총괄팀장인 '지영훈'(이준혁)과 손잡고 남신Ⅲ를 남신으로 위장해 PK그룹에 들여보낸다.

'백희가 돌아왔다' 등을 연출한 차영훈 감독과 사극 '공주의 남자' 등을 집필한 조정주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서강준(25) 공승연(25) 박환희(28) 등 신예와 박영규(65) 김성령(51) 유오성(50) 이준혁(34) 등 베테랑이 조화를 이룬다.

2016년 10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이미 후반 작업까지 마친 사전 제작물이다. 하지만 MBC가 지난해 '로봇'을 직간접적인 소재로 한 '보그맘' '로봇이 아니야' 등을 내놓아 결국 '뒷북'을 치게 됐다.

차 감독은 "이 작품을 기획하고 촬영에 들어간 것이 재작년 10월께였다. 그때 이미 대본 두 권과 시놉시스를 조 작가가 갖고 있었다. 기획은 아마 우리가 (국내 드라마 중) 최초였을 것이다"고 돌아봤다.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을 생각할 틈도 없이 촬영을 마쳤다"는 그는 "우리 안에서 시청자를 설득하고, 공감하게 만들려고 했다"며 "인간과 로봇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피상적으로만 생각하다 남신Ⅲ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니 어느덧 사람과 로봇, '과연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건 뭘까' 같은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시청자도 우리 드라마에서 그런 것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해 다른 드라마와 비교하기보다 이 드라마 자체를 봐줄 것을 청했다.

이 드라마의 중심은 역시 이 드라마로 지상파 첫 주연을 꿰찬 서강준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듯하다. 1인2역, 그것도 사람과 AI로봇을 함께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강준은 "1인2역 자체가 많은 배우에게 로망이 될 수 있다. 내게도 로망이었다. 게다가 언제 또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로봇을 연기해볼 수 있겠느냐?"고 말해 사람과 로봇의 1인 2역이 오히려 작품 선택 이유가 됐음을 분명히 했다.

"로봇 연기는 '바이센테니얼 맨' '아이 로봇' 'A.I.' 등 할리우드 영화를 참고했다"는 서강준은 "남신과 남신Ⅲ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그 섬세한 내면을 어떻게하면 서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공승연과 김성령 선배 등 상대 배우들이 두 캐릭터을 마치 두 배우처럼 달리 호흡을 맞춰줘 큰 도움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김성령은 "전날 남신Ⅲ와 연기한 뒤, 다음날 남신과 연기하는데 둘 다 서강준이지만 마치 두 배우와 연기한 것 같았다. 서강준이 1인2역을 충실히 표현해냈다"며 "시청자도 (그의 1인2역 연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고 격찬했다.

차 감독은 "성실하게 만들었다. 이런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며 "사람 사는 세상에 로봇이 떨어져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역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간의 덕목을 잃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다. 이런 작품의 메시지가 많은 시청자에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서강준은 "우리 드라마에는 정치, 휴먼, SF, 로코, 액션, 스릴러 등 수많은 장르가 들어가 있다"며 "많이 봐주셨으면 하지만, 그것보다 한 분이든 열 분이든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너도 인간이니'는 '우리가 만난 기적' 후속으로 6월4일 오후 10시 첫 방송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