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체제보장은 모순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22일(현지시각) 마무리됐다. 북미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문재인 대통령과 연기론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시각 차이가 드러났지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남측 취재진의 방북을 허용하는 등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북한 사이의 밀월관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으며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가능성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트럼프대통령의 돌출발언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독설가 트럼프 대통령마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것이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역량 있는 신뢰하는 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에서는 23일 대부분의 대북관련 주식들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요구하는 체제보장과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완전한 핵포기는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이견은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해결’을 주장하는 반면에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일괄타결(all-in-one) 입장이다. 이 차이는 서로간의 신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회의에서 기만당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은 핵무장 해제 후 리비아의 카다피 선례를 밟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남북통일을 언급했으나 그것이 언제 가능한가 하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지금은 아닐지라도 미래의 언젠가(someday in the future)”라고만 답변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독일처럼 남북한도 통일을 바라고 있지만 북한의 체재보장을 약속하게 된다면 통일은 당분간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는 체재 보장 약속은 남북통일과는 현실적으로 부합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지지하고 있으며 이것이 시사 하는 바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주목받고 있다

이철우교수(연세대 로스쿨)는 “통일은 누구 체재 중심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를 숨겨놓고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남북정상이 만나고 북한의 체제보장이 논의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일 문제는 당분간 암묵적으로 유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이와 관련 한국인의 의식변화에 주목해야 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한국인들이 남북회당, 북미회담을 지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통일이라는 큰 주제보다는 직접적인 안전, 즉 나와 내가족의 안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며 ”한반도에서 작은 무력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이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추상적인 통일논리, 반공논리에 사로잡힐 것을 거부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한국 내부의 현실주의가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반공이냐 친북이냐는 의미가 없고 우리의 안전을 잘 보장해줄 수 있느냐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그것이 남북회담에 대한 지지율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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