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젊은세대 삶의 방식 다름 인정, 함께 소통하며 간격 줄여요”

좌담회에 참석한 서명진, 오지혜, 엄인섭, 박은진, 오영석 씨(왼쪽부터) 등이 불안한 미래지만 희망을 가져보자며 2030 세대에 ‘손끝하트’를 날리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서명진, 오지혜, 엄인섭, 박은진, 오영석 씨(왼쪽부터) 등이 불안한 미래지만 희망을 가져보자며 2030 세대에 ‘손끝하트’를 날리고 있다.

■ 일시 : 2018년 5월 13일

■ 장소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달씨커피

■ 참석자

사 회 문수련 본지 수습기자

엄인섭 디자이너(30)

오지혜 캘리그라피·웹툰 작가(30)

서명진 육군장교(27)

오영석 취업준비생(27)

박은진 언론고시준비생(26)

청년실업률이 지난 3월 11.6%를 기록해 2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청년들이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일했던 알바시장도 녹록치 않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임금상승과 더불어 파트타임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해 청년들의 알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까닭이다.

취업이 어려우니 ‘내집마련’은 남 얘기고, 집이 없으니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며, ‘자발적미혼’ 또는 ‘강제적불혼(不婚)’이니 육아는 달나라 이야기다. N포세대로 불리는 요즘 2030세대. 그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본지는 세대의 전환이라는 테마에 맞춰 2030세대 좌담회를 마련해 취업·결혼·내집마련 등 청년세대의 고민과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달씨커피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엄인섭 디자이너(30), 오지혜 캘리그라피·웹툰 작가(30), 서명진 육군장교(27), 오영석 취업준비생(27), 박은진 언론고시준비생(26) 등이 참여했다.

Q) 청년실업률이 최악이다. 이런 취업불황에 퇴사를 한 참석자들이 많다. 이유가 뭔가.

오영석 : 취업난을 뚫고 무역회사에 들어갔지만 3개월을 못 버티고 나왔다. 조직문화가 별로였다. 인간적으로 전혀 교류가 없고, 일만 하고 퇴근하고. 내가 신입으로 들어간 두 달 동안 회식 한 번이 없었다. 인격적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이 없었다. 정말 기계의 부품 하나로 들어간 느낌. 우리 세대는 좀 욕심이 있지 않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같이 소통하면서 고쳐가고 으쌰으쌰 하고. 저렇게 전혀 인간적 유대가 없는 분위기는 나 스스로의 발전에도, 조직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다시 취업준비생이 됐다. 앞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직문화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오지혜 : 광고홍보학과로 편입한 이후 마케팅쪽으로 꿈을 키웠다. 사람들과 협업하고 밤새 일하고 하는 것들이 나의 적성과 맞았고 그쪽을 업으로 정했다. 3년 쯤 일하고 퇴사했는데 일과 삶의 균형이 너무 맞지 않았다. 정신없이 바쁘고 일에 치이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됐다.

엄인섭 :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벽화’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택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게 일이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더라. 그래서 한 달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그 뒤로 느낀 것이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내가 꾸준히 해왔던 것이고 이걸 직업으로 했다. 디자인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디자인은 일로 하고, 퇴근한 뒤에 그림은 취미로 하고 있다.

Q) 꿈과 직장 사이에 고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취업준비를 하는 분들도 그럴 것 같고.

오영석 : 맞다. 사실 퇴사한 그 업종은 대학 진학 후 계속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국제통상학과를 나왔는데 무역 쪽 일이 적성에도 맞고 재미도 있었다. 4년 내내 하고자 했던 꿈이었다. 하지만 3개월 회사를 다녀보니 업 만큼 중요한 것이 조직문화인 것 같다. 원서를 넣고 면접 볼 때 최대한 내부자들에게 기업문화가 어떤지 물어보는 편이다.

오지혜 : 퇴사를 하면서 느낀 건 반드시 정규직 직장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저처럼 그림이 그리고 싶다면 그리고 SNS에 올리고 공모전 참가하고 그럴 수 있는 길이 열린 시대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 나의 ‘업’인지 보다는 남들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다. 내가 뭘 좋아하고, 나에게 행복이 무엇이고 이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고, 그 부분에 대한 교육도 없기 때문이다.

박은진 : 저도 사실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이 직업을 오래 꿈꿔왔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과연 기자가 되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꿈을 이루고도 고민이 많을 수 있겠구나. 오늘 와서 듣고 배워가는 것 같다.

Q) 취업이나 직장에서 여전히 학벌이나 연줄을 따지나

오영석 : 채용과정에서는 고려가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채용비리로 크게 논란이 된 은행권 채용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신한은행은 성별과 임직원 연줄에 따라 입사가 결정되는 부조리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걸 들을 때 드는 슬픈 생각은 그런 모든 자리가 채워지고 남는 자리에라도 내가 가고 싶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박은진 : 맞다. 언론계를 포함해 어디서든 채용 과정에서는 학벌과 연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유관업계에서 누구 자식을 뽑았다더라 이런 얘기를 들으면 허탈감이 밀려온다. 그런데 영석씨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냥 내가 못 해서 떨어진 거겠지 하고 스스로를 달랜다.

Q) 각자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은진 : 나는 비혼주의자다. 왜 결혼이 필수지? 이런 생각이 든다.

엄인섭 : 결혼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하니까 결혼하려고 하는 청년들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 주변에는 결혼할 뜻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나도 결혼이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해서 행복한 사람도 많지만 이혼 등 불행한 경우도 많지 않나. 결혼은 선택이지 강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영석 : 저는 비혼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삼십대 후반 이후에 능력이 조금 갖춰지면 결혼하고 싶다. 결국 결혼해서 살려면 집도 마련하고 어느 정도 금전적인 부분이 해결되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취업해야 하고, 취업 후엔 또 적응하고 승진하고. 그런 과정들을 지나고 난 후 여유가 있어지면 하고 싶다.

오지혜 : 저는 결혼은 하고 싶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 같은게 있지 않나. 수능 잘 보고, 좋은 대학 나와야 하고, 정규직에 취업해야 하고. 그런 부분들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한다. 퇴사가 그 중에 하나고. 그런데 결혼 문제는 아직 자유로워지지 못한 것 같다.

Q) 청년세대들 사이에서 비혼주의가 퍼져나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서명진 :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산업이 많이 선진화 됐다. 예전에 농사를 지을 때나 공장이 많을 때나 노동력이 곧 자본이고 자산이었다. 사람은 사실 경제적 동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나. 아이를 낳아야 할 요인이 컸던 거다. 우리나라 제도에서 아이 낳고 키우려면 결혼이 필수다. 그런데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노동력이 자본인 시기는 지났다.

오영석 : 예전에도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간섭 속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과거에는 많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교육 받으며 살아온 우리 세대들은 자유와 권리, 선택 등에 대해서 배우고 자랐다. 이런 면들이 과거에는 의무라고 생각했던 결혼을 선택이라고 전환시켜 준 거라고 생각한다.

박은진 : 저는 여력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솔직히 우리가 남자가 없어서 결혼을 안한다는 건 아니지 않나. 정말 자발적으로 비혼주의자인 분들도 있지만, 사회적 요인으로 타의적 비혼주의가 된 사람도 많다. 집 값도 비싸고 아이 키우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얼마 전 한 신문에서 봤는데 청년 세대의 결혼 비율은 줄었지만, 결혼하는 사람들이 ‘자가’ 비율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결혼을 많이 한다는 의미다.

오지혜 :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결혼이나 비혼이나 삶에는 다 힘든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미디어에서 미운우리새끼 같은 예능이나, 드라마 다큐 등에서 솔로로 사는 것의 자연스러움을 많이 내보내니까. 특히 영상미디어는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그런 긍정적인 측면을 내보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비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Q) 여력이 없다는 말은 내 집 마련과 연관이 큰 것 같다. 자가는 물론 전세도 비싸다. 왜 이렇게 집 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나.

서명진 : 수급의 문제다. 실제 집이 없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조건의, 그러니까 ‘자산이 될 만한’ 조건의 집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집을 살아가는 수단 외에도 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나. 교통 좋고, 좋은 학군에, 쾌적한 곳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얼마나 되나. 우리가 다 48평 50평 살고 싶어하는 거 아니다. 작은 집이라도 투자가치가 있고, 교통 좋고 이런 데를 원하는데. 그런 곳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오영석 : 동의한다. 너무 비싸서 여력도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전제이긴 하다. 평생 모아도 못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치관 또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우리 세대가 꼭 집을 사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못 살 거라면 그것 때문에 머리 싸매고 전전긍긍 하는 것 보다는 즐기며 살자는 것이 우리 세대 생각이다.

박은진 : 저도 집값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 여기서 국가 역할의 부재를 본다. 집값이 예전 기성세대들이 집을 사던 때에 비해 너무 확연하게 오르지 않았나. 그때는 차곡차곡 벌어서 꾸준히 모으면 집을 사는 것이 가능했다. 집값이 절대적으로 낮아서 그때는 국가가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의 역할이 꼭 필요하지 않나. 평샐 벌어서 필수재인 집 하나 살 수 없는 건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국가가 실질적으로 집값을 제대로 잡은 적이 거의 없다.

오지혜 : 비싸다.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제가 잘 몰라서 그럴 수 있지만 저는 껌값은 500원 인 것처럼 너무 당연하게 집은 비싸고 구하기 힘든 것 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에게 집이 너무 비싸다는 것은 그냥 디폴트값인 거다.

엄인섭 : 솔직히 내집 마련 어렵고 집 값 올라가는 건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 가장 큰거라 .. 국가에서 나서서 제한을 걸거나 그런 조치가 없는 한 끝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닐까 싶다. 기성세대도 자기가 해 온 게 있고 본 게 있으니 달라지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을 거 같다.

Q) 비싼 이유에는 부동산 투기도 한 몫 한다. 올해 초 광풍이었던 비트코인이 생각난다. 비트코인이 청년세대의 희망이었다, 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박은진 : 저는 기업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배당을 안하니까 기업 투자가 활성화가 안 되는 거다. 기업에 투자하면 이는 소비/생산/투자로 선순환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산의 70~80%가 부동산이라고 한다. 돈이 선순환으로 흐르질 않으니 어느 한 곳의 투자 기회만 있으면 우르르 몰려간다. 올 초 비트코인 사태도 마찬가지다. 희망인가? 모르겠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락이 수요 공급이나 기술 가치로 예상 가능한 수준인가.

서명진 : 저에겐 분명 희망이었다. 저는 ROTC를 하며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었기 때문에 실제 투자를 해서 이윤을 조금 봤다. 군대 내에서도 월급으로 투자하는 친구들을 꽤 봤고, 군대 내 분위기도 좋았다. 군대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그랬으니 온 사회가 어땠겠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 세대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희망이 없으면 불확실성의 끝판왕인 비트코인을 희망으로 잡을까 라는 생각에 서글펐던 것 같다.

오영석 : 전 희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그 당시 희망이 아니라 박탈감을 되레 느꼈다. 모든 돈이 돈을 낳는 구조의 투자는 결국 자본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벌게 돼 있다. 많은 언론이 비트코인이 청년세대(흙수저)의 희망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저 희망에 낄 수도 없는 나는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 돈 만원이 삼만원 된 걸 보면서 3000투자해 1억 만든 사람을 보면 그게 희망인가.

서명진 : 영석씨의 마음을 이해 한다. 나도 장교가 아닌 일반 학생이었으면 똑같이 느꼈을 거다. 비트코인이 온전하고 공정한 희망 창구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Q) 사실 여기 취업 준비생도 세 분이 계신다. IMF 이후 최대 실업률이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오지혜 : 저는 이 일자리 문제가 되게 넓은 수영장에 사람들이 한 곳으로만 다이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기술과 플랫폼이 발전해서 개인이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면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그런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업이나 꿈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보니 그저 사회가 요구하는 뻔한 자리로 다들 몰려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부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퇴사가 늘어나는 추세도 그게 아닐까.

박은진 : 저는 일자리를 쥐고 있는 기성세대들과 우리 사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가가 아닌 윗 세대들이 일궈낸 측면이 크다. 광부로, 간호사로 팔려가고 그걸 조건으로 차관 빌려서 국가 발전하고. 당시 국민들의 희생 덕에 나라가 성장했다. 그러니까 기성세대들에게 우리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윗 세대들이 많은 권한과 기득권을 가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희생에 대한 대가라고나 할까. 그들이 일자리를 나누려 하지 않고 기득권을 꽉 쥐고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이유다. 그게 아니라 지금의 기득권은 희생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다. 누가 뭐라 강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영석 :제가 조금 부족한 것을 제하고 사회적인 이유를 찾아본다면, 수급이 안 맞는 것 같다. 기술 발전으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던 시기가 지났고 노동집약적이라기보다는 지식기반 산업이 성장하면서 예전처럼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한 시기도 아니다. 게다가 성장률도 낮은 수준이고. 그런데 대학 졸업자들는 많고, 취업이 안 되다 보니 쌓이고 쌓여 노동력을 공급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수요는 그대로인 거다.

서명진: 저도 수급문제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절대적인 수요가 모자라는 건 아닌 것 같다. 일자리 양극화의 문제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또 기업들은 일 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지 않은가. 일자리의 절대량은 크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기업 문화가 제일 문제인 것 같다. 9급 공무원에 엄청 사람 몰린 것만 봐도 우리 세대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건 아니다. 일할 때 일 하고, 퇴근 할 수 있을 때 퇴근하는 문화. 갑질 안하는 부드러운 조직 문화를 원하는 것 같다. 사실 돈을 많이 주거나, 기업 문화가 좋거나 둘 중에 하나라도 되면 청년들이 취업을 할 텐데 둘 다 안 되는 기업이 너무 많다.

엄인섭 : 청년들이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사회가 사람들의 눈을 너무 높혀 놔서가 아닌가 싶다. 요구하는 스펙이나 능력을 너무 상향 평준화 시켜놔서 더 어려운 것도 있다. 예전엔 토익만 있어도 취업이 잘 되던게 지금은 당연한게 되었고. 대외활동도 하면 추가 점수였는데 지금은 없으면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상황이라.

Q) 어려운 문제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지 않은가.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명진 : 보상을 확실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 불확실성을 해소해줬으면 좋다는 얘긴데. 취업도, 결혼도, 집도 우리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보통 인내,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나. 삶이라는 게 늘 힘들 수밖에 없으니 인내를 가르치는 것은 좋다. 근데 지금은 참아서 얻는 결과가 너무 없거나 불확실하다. 지금 이 고통을 참는다고 얻어지는 게 뭘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집은 살 수 있나, 취업은 할 수 있나.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헬조선’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희망을 볼 수 있도록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지혜 :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라면서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늘 줄 세워지지 않나. 이 과정에서 나의 적성, 행복, 나만의 길을 생각하고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런 부분을 찾을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가 입시제도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데. 사실 입시제도만 뜯어고치면 될 일이 아니다. 전반적인 교육과정이 점수보다는 개인 중심, 미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인섭 : 장기간 고민없이 빠르게 변하는 국가정책이 아쉽다. 당장 눈에 보인다고, 급하다고 빨리빨리 바꿀 게 아니라, 어떤 사안이든지 천천히 오래 사회적합의를 거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시스템과 구조를 운영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지금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은 기성세대고. 결국 문제 해결의 키를 쥔 건 기성세대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은진 : 기업하는 분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어렵고,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곳에만 돈이 몰리는 이유는 다양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처를 다양화 해 경제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이 유보금을 줄이고 배당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 다양한 투자처가 확보되고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 본다.

오지혜: 근무환경이 바뀌도록 윗 분들이 먼저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 활동은 신성하다. 하지만 그게 삶을 너무 잡아먹는다. 일과 삶이 병행돼야지 일이 삶을 갉아 먹는다면 당연히 일은 지속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게 어려워서 직장에서 도망쳤다. ‘9to6’가 더 이상 눈치 보이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게 안 되니까 젊은 세대 희망이 그냥 ‘돈이라도 많이 받자’가 된 것이다.

서명진 :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과장이 대리보다 늦게 퇴근하고, 대리 밑 사원들이 더 빨리 퇴근하고 이게 옳다고 생각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더 큰 책임과 역할이 있지 않나. 모든 걸 관망하고 관리해야 한다. 위에서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세대를 비롯해 사회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차피 칼퇴를 못 하니 낮에 놀다가 밤에 야근하면서 일하자는 식이다. 군대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고쳐나가려고 노력중이다. 대체 휴일도 주고, 퇴근도 바로바로 시켜주고. 그러니까 오히려 근무 시간 안에 열심히 일하게 되는 분위기다. 효율이 살아나는 거다.

오영석 : 나는 기성세대가 나가서 좀 노셨으면 좋겠다. 사실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그때와 지금의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 나가서 요즘 세대들이 어떻게 노는지 지켜보시라. 그리고 기성세대들도 함께 어울려 놀았으면 한다. 젊은 세대와 함께 어울려 놀다보면 세대 간의 소통이 일어나지 않을까? 결국 우리가 오늘 이야기들을 기성세대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잘 놀고 더 편한 방식으로 얘기할 수 있으면 소통이 잘 될 것 같다.

엄인섭 : 기성세대는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생각해서 더 나은 것을 요구하기보다 그 시절 생각하면서 좀 더 여유있게 청년 세대를 바라보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선 그런 걸 방지하려고 블라인드 채용 등 방안을 모색했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음. 뭘 하든 양날의 검처럼 장·단점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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