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한 번도 살 만한 나라인 적이 없다.”

얼마 전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20대 청년이 청년들의 고충을 토로하며 날린 ‘2018년의 한국이 살 만한 나라가 맞느냐’는 질문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답이다.

그는 “지금도 실업률이 높지만 가장 실업률이 높았던 시기는 1999년 IMF 때였다”며 “그 시절 20대는 지금 40대가 됐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힘들지 않았던 세대는 없고 다만 힘듦의 방식이 달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든 세대가 저마다 주어진 현실이 무겁지만, 오늘날의 수치는 가혹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11.6%로 전체 실업률(4.5%)의 2배가 넘는다.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은 24%에 달한다. 청년층(15~29세)의 4명 중 1명은 사실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업 공포’는 20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전방위적으로 고용악화가 확산되고 있다. 올 1분기 50대 실업자는 16만1000명으로 1999년 통계집계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4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만5000명 감소하며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감소율(1.3%)을 보였다. 40·50대의 고용사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청와대 SNS 프로그램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나와 사자성어 ‘근화원수’(近火遠水)를 언급하며,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 문제 해결과 단기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화원수는 불이 났지만 물이 멀리 있는 상황에 대한 비유다.

그는 ‘궁극적으로 멀리 있는 물을 가져와 불을 끄는’ 구조적 접근과 함께 ‘근처 작은 옹달샘, 모래라도 끌어와 불을 끄는’ 단기대책을 제시했다. 단기대책으로는 추경, 세제개편,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창업 지원 등을 꼽았다.

단기대책 중 하나인 ‘일자리 추경안’은 지난달 국회에 제출됐지만, 꽉 막힌 정국 탓에 국회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생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야당의 발목잡기를 보면 ‘살 만한 나라’는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상상물에 불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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