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Biz 산업 기업 뉴스&피플 금융.부동산 오피니언 전기문화
사설
등촌광장
기자의 눈
독자투고
월요객석
이주의 말말말
경제산책
데스크 칼럼
(등촌광장)산업 구조조정 정책이 되어버린 노동정책들
[ 해당기사 PDF | 날짜별 PDF ]
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이하고 있다. 남북한 평화분위기 조성, 한미 FTA 재협상의 성공적인 마무리 등 대외적인 성과는 매우 높게 평가되는 데에 반해 국내경제문제, 특히 일자리 문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 일자리 문제 해결이었음에도 청년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지난 3월 11.6%로 2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고, 제조업 생산 감소에 따라 상용일자리가 3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는 점 등이 부정적 평가의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기존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이거나 고용률을 높여서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는 방향에서 추진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두가지 방향을 모두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노동자들이 과도하게 일을 하지 않고도 일정한 수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와 유사한 형태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 한다.
그런데, 정부의 그러한 노동정책들은 산업 구조조정 정책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은 이미 그만큼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무래도 대기업은 노동자의 생산성만 충분히 높다면 가급적 정규직을 고용하고자 할 수 있다. 반면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입장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새로운 비용절감 노력을 강요한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도 인건비 상승을 극복할 능력을 갖춰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결국 중소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고용을 줄이거나 저비용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쉬운 방안을 선택하려 한다. 즉, 최저임금노동자의 소득이 증가되었더라도 낮아진 고용률을 감안한다면 노동자 전체의 실질소득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시간단축은 어떠한가?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은 근로시간단축으로 줄어드는 생산을 보전하기 위해 최저임금 대상자가 아닌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동결시켜 비용을 절감하거나 고용친화적이지 않은 구조조정으로 20대 청년의 고용기회 자체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즉,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률 저하뿐만 아니라 기존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도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노동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의 첫 단추인 실질소득 증가조차 실현시키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한 상황은 일반적으로 노동정책이 아닌 구조조정을 위한 산업정책 집행 시 발생하는 부작용들이다.
한국 경제는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늘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반도체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은 감소하고 있고,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정부 산업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해야 하는 노동정책이 오히려 그 부작용을 악화시킨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정부의 노동정책들이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지 못하고, 또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시작도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소득주도성장을 시작하기 위해서, 즉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상승시키려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정부가 최저임금인상분이나 중소기업 임금 일부를 보전해 주는 것은 장기적 대책이 될 수 없고, 장기화된 정부지원은 보조금만 노린 악용 사례와 세수낭비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혁신성장을 이끌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그렇다면 단기적 대책은 부재한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정부는 노동시장이 스스로 작동할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일례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의 시장 실험에 따르면 시장의 거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때,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을 갖춘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업에 고용될 수 있다. 그러한 합리적 고용이 당장 완전고용을 제공하지 않지만, 그나마 합리적으로 단기적 마찰적 실업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시장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비닐쓰레기 대책으로 공공기관 페트병 생수 휴대제한, 비닐봉지 제공 금지를 발표한 정부의 정책역량에 믿음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정부의 시장친화적인 그러한 노력이 조금이나마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간절한 소망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작성 : 2018년 05월 14일(월) 08:12
게시 : 2018년 05월 15일(화) 09:23


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많이 본 뉴스
전기계 캘린더
2018년 7월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