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생태계 조성방안 정책 세미나’

현 정부의 신규 원전 백지화로 건설계획이 중단된 영덕 천지원전 예정지를 차세대 원전 수출 전략지구로 조성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10일 바른미래당 민생특별위원회 청정에너지특위가 주관한 ‘원전수출 생태계 조성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정운천 의원이 제안한 ‘영덕 천지원전 부지의 수출전략지구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며 “영덕 천지원전 부지에 APR+, APR1000+, SMART 소형원전 등 수출이 가능한 원전의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천 의원은 앞서 개회사를 통해 “조만간 영덕 원전 예정지를 수출전략지구로 지정하는 원자력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APR+는 영덕 천지원전 부지에 건설하기로 한 3.5세대 노형으로, 1500MW 규모이다. APR+의 가장 큰 특징은 피동보조급수시스템으로 기존 APR1400보다 안전성이 10배 더 높으며, 완전정지 시 대처시간이 APR1400(19시간)보다 긴 3일이다. 특히 모듈화 공법을 통해 건설기간이 APR1400(52개월)보다 16개월 짧은 36개월이다. 또 완전한 기술자립으로 특허·지적재산권 분쟁소지를 해소해 독자적 수출이 가능하다.

또 다른 원전인 APR1000+는 1000MW 규모로, 체코수출이나 비핵화 이후 대북 원전 제공을 고려한 노형이다. 체코, 북한 등에서는 1500MW의 대규모 원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SMART 소형 원전의 경우 사우디에 실증로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국내에 실증로를 건설한 후 수출하겠다는 취지이다.

수출전략지구에 APR+ 등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공급망(Supply-Chain)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일본 도시바의 지분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한전은 도시바와 지분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신규 원전 건설이 진행되지 않으면 제작·시공 공백이 최소 5년 이상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한규 교수는 “올 3분기 사업권 인수를 가정해도 사전 인허가 절차 종료까지 최소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원전 기자재 산업은 다품종 소량의 고품질 부품을 생산하므로 다수의 중소기업 참여가 불가피하며, 실제로 원전 2기 건설에 투입되는 총 인원의 90%는 중소업체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원전수출을 위해서라도 원전산업 생태계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또 최신 설계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를 APR1400+로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는 신한울 3·4호기는 1400MW급으로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고, 사우디 원전용량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 APR+의 특장점을 유지하는 장점도 있다.

현재 한울원전 부지는 한울 1~6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8기가 운영·건설 중이다. 신한울 3·4호기가 추가로 건설되면 한울원전에는 10기의 원전이 건설된다. 이는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제기로 번질 수 있다.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도 핵심이슈였다.

주 교수는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가 지적될 수 있기 때문에 ‘One-In-One-Stop’(OIOS) 방침 적용을 제안했다. 신한울 3·4호기 완공 후, 한울 1·2호기 가동정지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그는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 OIOS 방침 적용도 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 추이와 안전성 보강 비용의 경제성 평가에 따라 재가동이나 원전해체를 추후에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공급망이 붕괴되면 원전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원전안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안전을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원자력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면, 제대로 된 부품이 공급되지 않는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안전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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