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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은 '규제 포퓰리즘'…면밀한 검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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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경주와 포항에서 규모 5.8, 규모 5.4 지진이 1년 사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졌다. 문제는 최근 원전 밀집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원전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 안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내진성능 강화를 포함한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원전 안전기준 강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가 결정됐지만, 전반적인 안전기준 강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 시민참여단은 건설재개에 대한 후속조치로 ‘원전의 안전기준 강화’(3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원안위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29일 ‘2018 원자력안전규제 정보회의’에서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종합대책)을 발표, 의견수렴에 나선데 이어 지난달 24일 경주에서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5월 중 전문가 심층검토를 거친 후, 오는 6월 5일 서울 공청회를 비롯해 지역별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6월 말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원안위는 그간 규제활동이 공학적 안전성 확인에 주력했고, 국민을 홍보 및 교육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진단했다. 향후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독립 규제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국민을 규제행정의 고객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 수준의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종합 청사진을 마련해 이행함으로써 국민신뢰를 기반으로 한 원자력 안전규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규제
원안위가 발표한 ‘종합대책’은 크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전규제’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 규제’, ‘신뢰를 위한 기반구축’으로 구분된다. 원안위는 국민이 공감·체감할 수 있는 안전규제와 신뢰를 위한 기반구축을 통해 국민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전규제’는 ▲가동원전 주기적안전성평가(PSR) 승인제도 도입 ▲국내 원전 지진 및 내진 안전성 강화 ▲다수기 원전 안전성평가 규제방안 마련 ▲핵연료주기시설 제도 개선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안전규제 강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안전규제 체계 개선 등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규제’는 ▲원자력 정보공개 및 소통 확대 ▲방사능 방재체계의 실효적인 개선 ▲방사선 건강영향평가 추진 ▲원자력 손해배상제도 개선 등이다. 원안위는 ‘신뢰를 위한 기반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사업자 및 규제기관 안전문화 강화 ▲국내 고유 기술기준 개발 등을 내놓았다.

◆종합대책은 규제 포퓰리즘…현실성 있나?
‘종합대책’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제 포퓰리즘’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가동원전 주기적안전성평가(PSR) 승인제도’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안위는 PSR 평가 기준을 최신안전기준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한 최신안전기준 적용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설계수명이 10년이 채 남지 않은 월성 1호기와 고리 2·3·4호기 등을 운영하기 위해 사업자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를 준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원전의 수명연장 인허가 시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일본 원전 사업자가 원전의 수명연장을 포기하는 이유는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할 경우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원안위의 종합대책은 원전의 설계수명을 다하기 전에 문을 닫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다수기 안전성 평가 규제 방안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원안위는 2021년까지 다수기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 규제방안을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PSA는 그 값이 들쑥날쑥해 불확실성이 크며, 노후원전이 최신원전보다 원전성이 높게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PSA는 주로 원전의 안전성 개선 시 효과를 확인할 때 사용한다. 또 PSA에 따른 안전기준(목표값)이 없는 점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다수기 안전성 평가 규제 방안보다 원안위 고시 개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0CFR-100.11을 준용한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의 제5조에는 ▲원자로시설은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떨어져서 위치해야 한다 ▲원자로시설은 방사성물질의 누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주민에 대한 피폭방사선량의 총량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값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등으로 규정돼 있다.

원자력계 전문가는 “다수기 안전성 평가 규제 방안은 연구개발 계획만 나오고 아무런 입장은 없는 상태”라며 “전 세계적으로 PSA를 근거로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규모 원전사고 발생 시 사업자에 무제한 책임을 부과하는 ‘원자력손해배상제도 개선’ 등도 비현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정부로 책임이 전가되면서 결국 국민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세밀한 검토와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수렴이 부족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종합대책이 나온 것 같다”며 “법안 발의·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이 많아 보인다. 보다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4월 29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2018 원자력안전규제 정보회의’를 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모습.

작성 : 2018년 05월 10일(목) 10:45
게시 : 2018년 05월 11일(금) 10:36


조재학 기자 2jh@electimes.com        조재학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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