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분단 이후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은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 역사적인 생중계를 지켜보던 각국의 기자들은 한국의 실향민 못지 않은 감동과 환호를 보냈고 개그 프로그램 코너에서까지 두 정상의 모습을 패러디할 정도로 이 뜻밖의 연출은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우리 민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6.25 남침 정권에 검증 없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어쨌든 극으로 치닫는 북미관계 사이에서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한숨 돌린 건 다행스런 일이다. 휴전협정이 맺어졌던 해를 의미하는 1953년생 소나무를 기념식수하고 평양에서 공수한 평양냉면이 등장한 그날 이후 남한의 평양냉면집들은 호황을 누리고 경기도와 강원도의 북한 접경지역은 땅값이 올라 이미 매물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미디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표정에서 진실과 거짓을 분석하느라 한동안 열을 올리기도 했다. 내게는 유독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는데, 김정은 위원장이‘고향의 봄’을 작은 소리로 따라 부르다 취재진의 카메라를 의식하고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온 지구촌을 긴장시켜온 행적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고향의 봄’은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으로 1927년에 발표되어 한국의 대표적인 동요이자 가곡이고 민요가 되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고향은 생명의 시작과 성장의 모토로서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머니라는 눈물 나는 존재 앞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진다. 민요는 민족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또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아리랑은 국내외에서 한민족을 하나로 묶고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지닌 한민족의 대표 민요이자 문화의 탯줄이다. 이러한 감정적인 연결 끈은 특히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이주해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일본·중국·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아울러 현대사에서 이민을 통해 이주한 북미, 남미의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아리랑은 활발하게 전승돼왔다.

세계의 민요를 살펴보자.

미국의 민요인‘ 오 수재너’는 1849년경 금광이 발견된 뒤 서부로 몰려든 청년들의 아메리컨드림이 경쾌하게 표현되어 있고 흑인 영가는 4박자로 싱코페이션의 리듬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이탈리아의 민요, 오! 나의 태양은 밝은 풍토의 자연 환경을 반영하듯 화려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운치 있고 빛나는 목소리가 어울리는 민요다. 스위스의 요들송은 산지국가의 메아리처럼 많은 모음으로 불려지는데 가슴으로 내는 소리와 높은 가성이 격렬하게 교차되는 발성법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은 로렐라이처럼 리듬감보다는 중후하고 견실한 규칙적 국민성이 그대로 민요에 반영되어 있고 러시아는 수기니시에서처럼 목축과 농업생활이 바탕이 되어 소박하고 순수하며 강건하다. 중국 민요는 간결하고 직설적이어서, '모리화', '태호선', '만리장성'처럼 2박자계가 많다. 라쿠카라차로 대변되는 멕시코 민요는 토착민인 인디오와 300년 식민지 시대를 이끌어온 에스파냐의 음악이 융합되어 독자적인 음악을 낳았다.

1842년에 작곡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의‘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그 옛날 예루살렘 멸망 후 바벨론으로 끌려가 포로생활을 할 때,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히브리 노예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그들이 상실해버린 조국에 대해 "날으라, 고향 생각 금날개 위에..."라고 슬프게 노래한다.

민요는 역사의 질고 속에 생겨난 민족의 공감대다.

상공회의소가 4·27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인천지역 기업인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 중 51.8%가 대북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반대하는 기업인 중에는 남북관계 불확실성에 따른 경영 중단 위험(53.8%)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정부는 지속성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타협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분별해야 한다. 또한‘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내면 깊이에 잠재된 민족의식을 깨운 것처럼 양국간 문화교류를 통해 서둘지 말고 차분하게 뿌리 깊은 민족적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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