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수명 진단할 근거・기준 없어
일반적 사용 범용 전선 20~30년 추정

수명 정립 위해선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 발생
국민 생명・재산과 직결…정책 차원서 접근해야

오래된 전선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은 다양하다. 때문에 수명이 다돼 사고 가능성이 있는 전선을 찾아 교체할 필요가 있지만, 정작 케이블의 수명을 진단할 수 있는 근거나 기준이 없다는 점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다.

수용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범용 전선의 수명은 국내에서 제대로 연구된 바는 없지만, 대략 20~30년 사이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내 주요 전선 제조사들은 제품의 수명을 자료 등에 명시하진 않지만, 고객이 문의할 경우 기대수명을 20~30년 사이로 안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전선 수명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없다. 다만,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기대수명은 20~30년 정도”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 고객이 문의해오거나, 외부에 수명 관련 발표할 일이 있을 경우 최근 사용 환경 등을 감안해 대략 20~25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선 수명과 관련된 공적 판단근거로는 절대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전선 수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일례로 허용전류를 넘어선 과전류가 흐를 경우 절연체의 수명이 크게 줄어들 수 있으며, 심하면 절연파괴, 화재까지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전자제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건물 내 전력소비도 증가, 전선에 걸리는 부하가 평균적으로 커진 점도 전선 수명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제품의 품질관리, 수분 침투 문제, 진동·굴곡 등 기계·물리적 영향, 기름 등 화학물질 노출, 직사광선, 염분, 심지어 쥐나 개미까지 전선 수명을 단축할 수 있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사용 상태와 포설 환경에 따라 수명이 크게 줄어들 수도, 반대로 사용연한을 크게 뛰어넘어 보다 오랜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전선 수명 정립이 엄청난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 수명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정립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각종 전기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노후 케이블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단순한 비용 문제로 전선 수명 연구를 포기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도 함께 포기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노후 케이블 문제와 수명 정립 이슈 등은 국민의 생명, 재산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접근 없이는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전기안전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천·밀양 화재사건을 계기로 수립한 ‘화재안전특별대책’ 중 전기화재 예방을 위해 추진하는 전기안전관리체계 개선방안 관련 사업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실제 밀양 세종병원 참사의 발화원이 노후 케이블의 합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타당한 의견이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을 때, 업계 차원에서 전기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선 수명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분석을 추진한 바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됐다”며 “큰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기보다,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전선 관련 안전시스템 개선은 수명 연구를 통한 근본적 접근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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