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몇십년씩 쓰는 거다 보니, 당장은 문제없이 느껴질지 몰라도 언제든 무너질 위험이 있는 겁니다.”

최근 한전 배전지중화 현장에서 불량 개폐기 기초대가 발견됐다. 현장에서 사용된 5개의 개폐기 기초대 전부를 시험한 결과 한전이 요구하는 규격의 강도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해당 제품을 전부 해체한 결과, 설계도면 상에는 적어도 두배는 더 들어있어야 할 철근이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전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해당 현장에 납품된 제품들이 한전이 아닌 다른 현장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전 규격이 아닌 다른 제품이 실수로 섞여 들어갔다는 것.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한전의 단가계약 업체로 개폐기 기초대 대부분을 납품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른 현장들은 어떤지 확인할 필요가 느껴졌다.

업계의 협조를 얻어 직접 테스트해머를 들고 작년과 올해 설치된 기초대를 검사한 결과, 현장에 설치된 제품 대부분이 한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한전은 해당 기초대 업체에 연 2회 가량 무작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 어딘가에서는 한전의 자재관리 부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배전지중화 현장을 찾아보니 대부분 행인이 많은 도심지역 혹은 공장들이 가득한 공단지역들이 많았다.

자칫 기초대가 파손돼 개폐기가 터지기라도 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중화지역에 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것.

항상 그렇지만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는 늦는다. 작은 의혹일지라도 해소하기 위해 한전이 노력해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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