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표준시는 지난 2015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겠다면서 채택됐다. 8월 15일 오전 12시 30분에 시간을 30분 되돌렸다.

이 때문에 우리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사용해왔다. 동경(동쪽 경도, 도쿄가 아니다) 127.5도(국제표준시(UTC)+8시간 30분)를 기준 자오선으로 한다.

당시 북한은 일제에 빼앗긴 표준시간을 되찾은 것은 국제관례에 부합하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행사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나라에서 정수 단위로 사용하는 시간대를 굳이 30분 단위로 채택하며 내세운 명분이다.

그런데 평양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동경 127.5도 기준의 표준시는 과거 우리도 쓰다 말기를 반복했다.

대한제국 시절인 1908년에 사용했다가 1912년 일본 표준시인 동경 135도로 바꿨다. 1954년 다시 127.5도 기준으로 표준시를 변경했고, 1961년 재차 동경 135도선으로 고정돼 지금에 이른다.

○…북한이 5일부터 평양표준시를 서울표준시로 바꾸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평양시간을 고침에 대하여’라는 정령을 채택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남북한 표준시는 3년 만에 단일화 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시장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도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남북한 표준시가 같아지면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고 동질성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 경제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물론 비가역적인 북핵문제의 해결 없이 남북 경제협력은 요원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핵문제 해결과 관계 개선을 동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표준시 통일은 ‘하나의 시장’을 향한 상징적 조처로 눈여겨 볼만 하다.

남북은 사회 전반에 걸친 이질적 요소가 워낙 많지만 혈통의 동질성, 함께 누려온 유구한 민족문화의 유산과 역사, 피식민 지배의 경험, 지정학적 요인 등 유사한 점도 많다.

분단으로 인해 다르거나 달라진 것을 하나씩 바꿔나가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가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돌고 돌아 다시 같은 시간 위를 걷게 된 남과 북. 함께 발을 맞춰간다는 게 실감이 난다.

이제 한반도에 시간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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