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회담 재개
공동 식수·친교 산책 등 통해 화합 의지 다져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집에 방문한 뒤 이 같은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2007년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했던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새로이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공표해온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가 결실을 맺은 것이란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를 처음 제안하며 관계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

그 뒤에도 문 대통령은 독일 쾨른버재단 초청 연설,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계 개선 의사를 피력했고, 올해 1월 1일 김정은 국문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이에 화답하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됐다.

이후의 남북은 남북정상회담이란 목표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1월 9일 2년여 만에 열린 남북고위급회담과 후속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남북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더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남한 방문,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평양 파견 등의 절차를 거쳐 이날 회담에 이르렀다.

유례에 없던 관계 개선 움직과 함께 회담의 주요 의제 또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일찍이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을 제시해왔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도록 한다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했다는 점에서 기존 대북 외교방침과는 차별화됐다.

이 같은 접근방식에는 문 대통령이 앞서 발표한 ‘베를린 평화구상’이 밑거름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인위적 통일 배제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 지속 등을 5대 대북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이날 회담은 이러한 토대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전 회담에서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내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11년 만의 만남인 만큼 결과를 가져가야 한다”며 “미래를 바라보면서 지향성 있게 (남북이) 손잡고 나아가자”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후 다시 회담장은 찾은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공동 기념식수를 함으로써 회담에 의미를 더했다. 식수 표지석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두 정상의 서명이 담겼다.

회담 종료 후 군사분계선 표지가 있는 ‘도보다리’까지 친교 산책을 진행한 두 정상은 평화의집 건물 전면 스크린에 상영된 영상 ‘하나의 봄’을 관람하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남북 간의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논의는 이후 열릴 고위급회당·실무회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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