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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샤넬을 찾아가는 길) <2장>그녀는 오바진 수녀원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 첫 번째 이야기
샤넬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준 ‘오바진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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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바진 성당의 안마당.
오래전부터 자동차를 렌트하여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곤 했지만, 나에겐 그리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2015년 아들과 노르웨이를 여행하던 중, 며칠의 일정 동안 일부 지역을 렌트한 자동차로 다녔다. 영어를 잘 하고 컴퓨터를 잘 만지지만, 장롱면허를 가졌을 뿐인 아들이 조수석에 앉아 내가 운전하는 내내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올해는 아들이 운전을 하고 내가 조수석에 앉아서 『가브리엘 샤넬을 찾아가는 길』 여행에 시간을 내 흑기사로 동행해주었다. 덕분에 자동차 없이는 보름 걸릴 여행 거리를 압축시켜 주었다. 이번에도 아들 덕을 톡톡히 본 여행이다.
아들은 머리가 좀 좋다는 이유로 일찍 영국으로 유학하여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는데 학업을 마치고 나서도 외국회사에서 일하게 되어 아직도 서울,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공부만 마치면 서울에서 당연히 끼고 살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세상일이란 원래 그렇게 내 각본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법. 아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별로 없이 책장 넘어가듯이 시간이 흐르기만 한다.
수년 전,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인터뷰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기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내용인즉 아들이 결혼을 하는데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로서 딱 한 가지 옵션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아들이 결혼 후 한 달에 한 번 모자만 따로 점심식사를 하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고 했다. 나는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시쳇말로 ‘떡실신’ 할 뻔했다. 세계적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도 엄마로서, 시어머니로서 이런 바람을 옵션으로 거는데, 나같이 평범한 엄마는 아들이 장가가면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찾아졌다. 아울러 내 앞의 미래가 어떠한 그림으로 기다리는지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부터는 아들에게 장가 가기 전까지 아니 여자친구 생기기 전까지라도 시간을 내어서 엄마와 여행을 다니 자고 조르기 시작했고 엄마와 아들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3년 정도 아들과 여행을 다녔다.
서로 취미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하고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엄마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봐 주는 아들의 마음 씀씀이 덕분에 여행을 함께 하는 동안 불편함이 없다. 서로가 잘 적응하여 행복하다. 물론 아들 입장에선 맘속으로 ‘이번만! 이번만!’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엔 둘 다 여행에 대한 만족지수가 높을 거라고 상상을 한다.
우리는 쿨하게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여행을 마치고 총비용을 알려주면 그중 반만 내가 내면 된다. 여행 스케줄은 아들이 대부분 짠다. 나는 우리의 여행에 ‘묻지마 관광‘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아들이 가는 곳은 어디라도 따라갈 준비가 되었으니까!
오바진 수녀원.
이번엔 내가 가브리엘 샤넬을 찾아가는 여행을 할테니 도와달라 부탁했고 렌터카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만 함께 여행하고 아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나머지 일정은 나 혼자서 여행을 한다.
우리가 여행하기 위해 만나는 장소는 그때 그때 다르다. 노르웨이여행을 갈 때는 런던 히드로 공항, 이번엔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 인도 타지마할을 갈 때는 뭄바이공항이다. 이런 곳에서 만나 일정을 소화하고 각자 원위치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무슨 작전을 수행할 때처럼 공항이나 특정 장소를 지정하고 영화처럼 만난다. 각자의 형편과 상황이 잘 조합된 그런 여행이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다른 아이들이 만화책을 볼 때 ‘항공사 월드와이드 타임테이블’을 취미로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 오랜 취미활동이 효과를 발하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은 전세계 항공사의 비행스케줄을 줄줄 꿰고 있어 조금만 신경 쓰면 가장 좋은 가격에 가장 쾌적한 비행 일정을 만들어낸다. 이번엔 파리샤를 드골공항에서 만나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도빌을 거쳐 오바진을 도착했다.
가브리엘 샤넬의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장소를 찾는다면 그곳은 아마도 오바진 수녀원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에게 버림받지 않고 수녀원에서 성장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샤넬의 패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성 : 2018년 04월 26일(목) 17:52
게시 : 2018년 04월 27일(금) 10:19


글・그림・사진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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