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목이 긴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그 중 많이 알려진 것이 다윈의 적자생존설이다.

과거 기린들이 먹을 수 있는 나뭇잎이 부족해졌을 때, 나무 높이 매달린 나뭇잎을 따먹을 수 있는 목이 긴 기린들만이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목이 짧은 기린들은 결국 경쟁에서 밀려 멸종하고 말았다는 게 이 설의 주장이다.

최근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이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자리가 됐다.

올해로 15번째 열린 이번 박람회는 해마다 수백개의 업체들이 부스를 내고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시장의 트렌드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를 꿰뚫는 화두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에 발맞춘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IoT 등과 융합한 스마트제품을 통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소방산업박람회에 참가한 기업들에게서도 이 같은 변화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보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기술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이 박람회를 처음 방문했던 2~3년 전의 제품을 큰 개량없이 그대로 갖고 나온 부스들도 여전히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조건 변화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것을 지키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 역시 현재 소방시장에서 나쁜 선택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최근 시장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소방업계 역시 이 같은 변화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시간이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목이 짧은 기린은 스스로 목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멸종했다. 지금 변화를 외면하는 소방업계의 목 짧은 기린들은, 언제든지 목이 긴 기린으로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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