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2031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제8차 계획)이 지난해 12월말에 발표됐다. 제8차 계획 워킹그룹은 계획 수립 과정에서 다음의 3가지를 분명하게 인식했다.

첫째, 환경 및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원전 및 석탄이라는 기저전원의 공급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다.

둘째, 재생에너지 및 가스발전의 확대와 원전 및 석탄의 감축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트렌드이다.

셋째, 국내 수급여건이 안정된 지금이 에너지전환의 적기다.

따라서 단순한 경제성을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원 구성’이란 원칙을 세운 후 설비계획을 수립했다.

주된 골자 3가지는 ▲원전·석탄의 단계적 감축 및 재생에너지·LNG의 비중 확대 ▲경제급전과 환경급전의 조화방안 강구 ▲분산형 전원의 지속적 확대다.

이 중에서 첫 번째 내용은 설비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내용과 세 번째 내용은 분명한 후속조치가 없다면 표류하면서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전력시장 운영 원칙을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급기야 작년 3월에는 환경급전을 명시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선언적 의미의 법만 통과됐을 뿐 제도 개선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일례로 지난 12월 원전 24기 중 10기가 정지하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지난 한해 석탄발전 비중은 43%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석탄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1990~2014년)이 108.3%로 OECD 국가 전체 증가율 –8.9%와 비교할 때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OECD 국가 전체 1등이다. 제8차 계획에 제시된 모든 온실가스 감축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더라도 2030년 석탄화력 비중은 여전히 36.1%를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제8차 계획에 담겨진 다양한 대책 중 다음의 3가지 후속조치는 그간 논의만 무성했고 진행이 더디기에 서둘러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환경을 고려한 경제급전’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그간 불필요하게 경제급전 대 환경급전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국민들의 요구는 경제급전과 환경급전 중 하나를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간의 조화를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즉 환경을 무시하는 경제급전이 아닌 환경을 고려한 경제급전이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전력시장운영제도의 실질적인 개선 없이 일시적인 대통령 업무지시와 같은 조치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둘째, 분산형 전원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산형 전원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표적 친환경 분산형 전원인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작년 기준으로 전체 사업자의 60%가 적자인 상황이다. 그나마 추운 겨울로 인한 열수요 증가로 재작년보다 적자 기업의 비율이 조금 줄어들었다.

많은 사업자가 적자에 시달리는 것은 도심지 입지로 발전소 건설비용 및 운영유지비가 많이 소요되고 있지만 충분한 보상을 못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열병합발전의 고정비에 대해서는 용량요금 보상 확대, 변동비에 대해서는 전기측 연료비를 전액 보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

셋째, 세금이 환경비용 및 갈등비용 등 외부비용에 비례하도록 하는 에너지 세제 개편이 있어야 한다.

4월 1일부터 유연탄 과세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유연탄에 비해 LNG의 세금은 높으며 원전에 대한 면세는 유지되고 있다. 세금을 통한 외부비용의 교정이란 관점에서 현재의 에너지세제 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유연탄 과세 강화, 원전 과세 신설, 가스발전 과세 완화, 가스열병합발전 면세로 요약된다.

특히나 이러한 세제 개편은 앞서 언급한 환경고려 경제급전의 강화 및 분산형 전원의 확대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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