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지분참여 ‘주민과 수익을 나누는 발전소’ 사례

철원군 갈말읍에 준공 예정인 ‘철원 두루미 태양광 발전소’가 주민참여사업의 대표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11월 15MW 규모로 준공될 태양광 발전소에 갈말읍 주민들이 지분참여에 나설 예정이어서다.

철원 두루미 태양광 발전소가 주목받는 이유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주민과 수익을 나누는 발전소’는 사례가 드물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1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발전 사업에 가중치를 더 준다는 인센티브 제도를 신설해 권장해왔지만 실현된 경우가 거의 전무했다. 사업자가 주민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데다 발전사업의 수익을 사업자 당사자가 갖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주민 민원은 ‘일정 비용이 드는 단계’ 수준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있어서 협동조합을 통한 주민참여와 수익 공유가 일반화 돼 있다. 한국에서도 밀양 송전탑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밀양 송전선로 주변 주민들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 전기 판매 수익을 나눠 갖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직접 보상하는 형태가 절대다수를 차지해왔다.

김효정 철원군청 경제진흥과 에너지산업 주무관은 “이번 사업은 발전사업자와 주민이 서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성사된 특별한 사례”라며 “사업의 예상 수익률이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 높고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주민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군청은 이번 사업이 잘 시행된다면 군 뿐 아니라 도 전체에 발전사업의 좋은 선례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주무관은 “2016년 발전사업허가를 내준 건수는 22건가량에 그쳤지만 2017년엔 160여건으로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철원군뿐 아니라 대다수의 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사업에 고심하는 만큼 주민수용성을 높인 사례가 생긴다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발전소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상품도 개발 중이다. 수익구조 등을 조정하고 금감원의 심사 등을 통과하려면 2달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펀드 개발에 나선 김동진 하나대체투자자산운동 이사는 “6월 초쯤 세부적인 (펀드 구조 등의) 계획이 나올 것” 이라며 “이번 상품 개발은 수익을 위한 펀드라기보다는 주민참여사업 취지에 공감한 공익 차원의 펀드”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후 다른 발전사업이 주민참여사업으로 시행될 때 해당 펀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철원 갈말읍 두루미 태양광 발전소는 특별하다. 발전사업자와 지역주민이 발전소 설립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익구조를 논의했을 뿐 아니라 스마트 그린빌리지 조성, 에너지자립 마을 구상을 통해 마을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했기 때문이다.

김도용 철원군 갈말읍 행복산촌텃골 이장은 “우리 마을은 철원군에서도 고령화 비율이 높고 소득이 낮은 편”이라며 “여기에 발전소를 시작으로 주민주도형 신재생에너지 단지가 들어서고 스마트 빌리지가 조성된다면 마을 발전과 소득증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전소를 단순히 전기 판매 수익 수단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마을 사업의 단초로 봤다는 점도 타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이다. 마을 수익을 증대할 뿐 아니라 일자리 조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이번 발전소를 토대로 발전소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36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레즐러사와 협의했다”며 “일자리가 생긴다면 마을에도 젊은 사람들이 유입할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소는 올해 15MW를 시작으로 15MW, 35MW, 35MW 순으로 차례차례 추가 건설될 예정이다. 11월 준공예정인 첫 번째 사업단지(15MW규모)는 현재 군부 허가 과정에 있다. 개발행위허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허가 과정이 끝난 상태여서 조만간 시공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사업자로 주민들과 1년 2개월의 설득과 협의를 진행해온 레즐러는 현재 사업이 진행중에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성준 레즐러 팀장은 “독일식 선진사례를 참고해 주민들과 상생하는 발전사업을 계획했다”며 “기업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부를 내려놓음으로써 일자리와 수익을 만들어 마을과 상생할 수 있다면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라는 기업 가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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