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6월 13일에는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진행된다. 선출 인원만 총 4016석. 그야말로 지자체의 일꾼이 대거 물갈이되는 시기라고 말할 법하다.

입후보를 마친 여야 후보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으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에 여당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지만, 선거철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선거 판도는 다수 후보가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선거 공약은 요동치는 판세를 뒤집을 묘수로 불린다.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별 공약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대선과 달리, 다채로운 공약이 쏟아진다. 지자체의 특성이 다르고, 이에 따른 주민들의 목소리 또한 제각각인 탓이다.

각 시·도의 후보들이 공약 수립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잘 만든 공약 하나면 여-야, 보수-진보 등 기존의 선거공학을 뒤엎는 결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공약 만능주의’는 우리나라 선거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사례이기도 하다. 선거철 특수에 편승해 실현 가능성 높지 않은 대규모 SOC 사업 공약이 남발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민선 6기 전국 시·군·구청장 공약 이행 상황’에 따르면 단체장 대부분이 랜드마크 사업의 예선을 확보하지 못해 공약을 폐기했다. 공약이행률 또한 낮았다. 몇몇 우수 지자체를 제외하곤 대체로 50%를 밑돌았으며, 20%대에 그친 곳도 적지 않다.

올해는 다를까. 전망은 밝지 않다. 일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두고 벌써 곳곳에서 잡음이 들린다. 지자체 이익에만 골몰한 선심성 공약이란 지적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까지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 시급한 사업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역별 인프라 투자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각 지역에서는 실제로 구축 혹은 개·보수가 시급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를 공약에 담은 후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공약 만능주의는 지난 1991년 지방자치시대에 들어선 뒤 4년마다 반복돼온 구태다. ‘공공을 위한 약속’과 표심에 골몰해 내용 없이 ‘텅 비어버린 약속’. 5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는 그 두 가지 약속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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