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식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사업본부장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전 세계 ‘First Mover(선도자)’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래형 에너지 산업인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특히 어떤 한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닌,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힘을 모아 국가단위의 ‘First Mover’가 되기 위해 기울여 온 산업계 전체의 노력은 우리나라가 스마트그리드 산업이 아우르고 있는 배터리, 분산전원, 신재생에너지 등의 여러 분야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First Mover가 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 산업계는 스마트그리드의 전국적 확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ESS 보급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는 이런 업계의 노력에 부응해 ESS 전력요금 할인제도나 태양광연계 REC 가중치 부여, 공공기관 ESS 의무설치 제도 시행, 각종 금융기관들과 연계한 ESS 관련 금융상품 출시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내놨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SNE리서치에서는 2017년 국내 신규 ESS 설치량을 전년 대비 약 4.7배 증가한 1.2GWh로 추산하고 있으며, 현 제도 유지 시 올해 신규 설치량은 약 2.5∼3GWh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산업계는 이러한 정부지원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PCS 기술 등을 결합해 양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의 제품과 비교하더라도 우위에 설 만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마치 그 키는 높이 자랐지만 튼튼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어린 나무처럼, 아직 산업의 기반이 약한 탓에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산업계는 앞으로도 최소 몇 년간은 정부의 지원이 유지돼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첫째, ESS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의 원가 상승으로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둘째, 태양광 연계 ESS 구축 시 5.0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REC가 올해 6월에, 피크절감용 ESS 설치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ESS 전용요금제 지원은 2020년 12월에 각각 종료됨에 따라 ESS 수요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는 ESS 산업계를 포함한 국내 스마트그리드 업계의 의견을 대변해 정부에 ESS 지원정책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첫 번째 요청은 태양광 연계 ESS 구축 시 REC 가중치 5.0을 부여해주는 적용기한을 연장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소의 인허가 소요기간과 ESS용 배터리 수급 등을 고려해 적용기한을 오는 2019년 12월까지 1년 6개월가량 연장하는 것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태양광 연계 ESS에 대해 REC 가중치 5.0을 주는 정책을 1년 반 정도 연장하면 태양광발전소 약 500MW, ESS는 약 1.5GWh 규모의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ESS 전용요금제(피크절감용 ESS설치고객용) 지원정책을 ESS 구축 후 3년간 유지되도록 변경하거나, 현행 지원정책 적용기한을 2021년 12월까지로 1년 연장하는 것이다. 이는 ESS용 배터리 가격이 kWh당 20만원 이하로 하락해야 정부의 지원 없이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업계 측의 추정에 따른 것으로, 현재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kWh당 29만7000원이다.

업계에선 배터리 가격이 빠르면 2020년 이후에나 20만원 선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내 ESS 산업은 아주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원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스마트그리드와 ESS 산업의 경쟁력과 생태계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 및 국내 시장에의 안정적인 공급능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다.

아직까지 산업계의 자생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정책이 축소 또는 폐지된다면 대기업이 주도하는 배터리 제조 분야에서만 해외 시장 등을 통해 일부 만회가 가능할 뿐 EMS, PCS, 변압기, 기자재 등 시공분야에 참여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러한 업계의 어려움을 참작해 ESS 지원 정책을 관련 중소기업들이 자생력을 확보하는 시점까지 유지해주기를 당부한다. 아울러 정부의 이러한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계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First Mover’로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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