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재벌가의 부적절한 행동, 이른바 갑질이 또 터졌다.

뉴욕타임스는 ‘재벌(chaebol)’과 ‘갑질(gapjil)’이라는 한국어를 소개하며 “‘땅콩 분노’로 악명이 높은 상속녀의 동생이 광고대행사의 간부를 모욕하고, 물을 뿌린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갑질(gapjil)을 “봉건 영주처럼 행동하는 기업 임원이 부하나 하청업자를 학대하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뉴스위크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딸의 ‘분노 스캔들’로 한국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고, 영국 텔레그래프도 대한항공이 ‘땅콩 분노’의 동생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일본 교도통신 등 주요 외신도 일제히 이번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후지TV는 ‘땅콩 여왕’에 이은 ‘물 끼얹기 여왕’이라고 비꼬았다.

국적항공사에서 벌어진 일련의 스캔들은 국제적 망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재벌 오너 일가의 갑질은 도덕적 비난이나 법적 처벌을 넘어 기업 자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미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을 빼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폭주하고 있다.

더구나 과거엔 몰라서, 또는 알고도 눈감고 지나갔던 각종 비도덕적 행태들이 이제는 순식간에 알려지는 시대가 됐다.

지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이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가 안하무인식의 갑질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는 계기가 된다면 바랄 게 없다. 어떤 관계든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해야 바람직하다.

재벌 개혁의 한 갈래인 경영권의 편법 세습을 막는 것도 부유층에 대한 불필요한 적대감을 없애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경영능력과 윤리의식이 부족해도 재벌가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에 무임승차하는 일은 기업 리스크를 키우고 국익도 해친다. 이런 맥락에서 편법 세습을 봉쇄하는 그 자체가 기업친화적 행위이고 좋은 기업을 제대로 잘 키우는 길이다.

경영에 대한 책임감 대신 천박한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 이제라도 분명한 페널티를 줄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