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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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일도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당대 최고의 호인 벽계수는 명사가 아니면 만나주지를 않는 명기인 황진이를 만나기 위해 친구 이달에게 물었다. 이달은 황진이 집 근처 누각에 올라 거문고를 한 곡조를 타면 황진이가 올 것이라고 했다. 만약 황진이가 나타나면 관심 갖지 말고 말을 타고 계속 가던 다리를 건너면 황진이가 따라올 것이라고 일렀다. 벽계수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술을 한잔 하고는 거문고를 치면서 말을 탄 채로 다리를 향했다. 이때 황진이가 읊은 시가 ‘청산리 벽계수야~’라고 한다. 결국 벽계수는 이 시조를 듣고 뒤를 돌아보다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본 황진이는 ‘명사가 아니라 풍류랑이네’라며 웃으면서 돌아서 버렸다고 한다.

개성관광이 시작되기 전인 2005년 경의선 남북철도 연결사업을 한창 추진 중일 때 철도청 실무요원으로 개성을 갔다. 당시 철도연결사업이 순조로워 곧 있을 시험운행에 대비하여 최종점검을 했다. 2박 3일 중 마지막 날에 북측요원은 우리 일행에게 느닷없이 박연폭포를 관광시켜 준다고 제안했다. 그때 개성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 만에 도착한 곳이 박연폭포였다. 도착하자마자 북한 안내원이 예쁜 한복을 입고 와 송도삼절 중 황진이와 박연폭포에 엮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박연폭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고모담이란 커다란 웅덩이에 담기는데 그 가운데 큰 바위를 용바위라 했다. 그 용바위 위엔 황진이가 긴 머리채를 먹물에 적셔 썼다는 한시가 새겨져 있었다. ‘폭포물이 하늘의 은하수가 떨어져 내리는 것 같다.’ 그렇게 꿈같이 다녀 온 박연폭포는 2007년 12월 5일부터 일반인 개성관광이 시작되었다.

다시 개성을 다녀온 것은 2007년 12월 11일이었다. 2007년 5월 17일 경의선 철도 시험운행이 끝나고 7개월 후 화물열차 운행이 시작되었다. 그날 개통식 홍보 행사요원으로 참석했다. 개성공단에 위치한 판문역에서 컨테이너 화물열차에 공단에서 생산한 상품을 싣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일이었다. 화차 2량 물량이지만 열차 개통을 의미하기 위해 6량을 달고 운행했다. 내 임무는 사진촬영이었다. 먼저 컨테이너를 화차에 싣는 상차식이 거행되고 다음 남측 기관차와 북측 화차를 연결했는데 그 첫 장면을 멋지게 찍을 수 있었다. 첫 상업운행을 마친 우리 일행은 서울역에 도착하여 남북철도연결을 자축하며 건배를 했다. “오늘 남북철도가 연결되었다. 이제 내일도 계속 기차는 남북을 오고 갈 것이다. 계속 고!고!고!”

그렇게 외쳤던 경의선 화물열차운행은 이듬해 2009년 11월 28일 운행이 중단되었다. 56년 만에 남북철도가 연결되었다고 환호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아쉬움이 컸던 경의선 화물열차가 이제 다시 남북화해 무드가 무르익으며 운행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번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경원선 복원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원선은 남한의 서울, 철원에서 북한의 원산까지 연결된 철로로 6.25 동란 이후 끊어져 현재 신탄리, 백마고지역까지 운행되고 있다. 이 경원선이 연결되면 북한의 원산에서 다시 함흥, 성진, 나진, 선봉을 거쳐 러시아 철도와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되어 유럽까지 단번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또한 경원선 철원역에서 연결된 금강산선과 연결되어 서울에서 금강산을 기차로 갈 수 있다. 현재 금강산선 116.6㎞는 남측구간 철원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32.5km이고, 북측구간은 금화역에서 내금강역까지 84.1km이다. 특히, 금강산을 넘는 단발령역과 말휘리역 사이에는 스위치백구간이 있다. 영동선 솔안터널 개통 후 사라진 심포리역~나한정역 간 운행되던 스위치백구간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연결된 경의선을 통해 서울에서 개성, 평양을 거처 신의주 중국 북경으로 갈 수 있다. 경원선을 복원하면 시베리아 철도는 물론 금강산선도 연결된다. 더불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역이 건설되면 남북철도는 완전히 연결된다.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해 본다. 조만간에 평양까지 기차를 타고 이산가족상봉도 하고 개성의 박연폭포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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