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디지털뉴스팀장
윤정일 디지털뉴스팀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의 기분’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돼 있는 속옷을 꺼내 입을 때의 행복’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그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이런 감정을 ‘소확행’이라고 표현했다.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하는 이 단어가 요즘 우리 시대의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떠올랐다.

비록 작지만 확실히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을 요즘 세대는 바라고, 또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돈 또는 물질의 많고 적음이 행복수준을 결정한다고 여겨왔다.

큰 평수의 아파트를 구입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몰며, 럭셔리한 패션소품을 구매하면서 행복하다고 느꼈다. 남들에게는 허세로 비쳐지더라도 본인이 만족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작은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소확행은 ‘비싼 황금’이 결국 부질없다는 것을 느낀 결과로 나타난 것일까.

흔히 요즘 젊은 세대를 ‘N포 세대’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더니, 이제는 ‘집’과 ‘경력’에 ‘희망·취미’와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20~30대는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취업난, 집값 때문에 무력감에 빠져 있다.

때문에 작은 기쁨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에 만족하는지도 모르겠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문화가 ‘부의 허망함’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룰 수 없는 목표에 좌절한 세대의 안주함은 아닌지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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