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대학의 전기공학과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요즈음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자처하며 언론에 인터뷰도 하고, 토론회 패널로 나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며 ‘전기신문’의 지면을 빌려 끝장토론이라도 했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 만난 또 다른 교수 역시 기자가 신뢰하는 학계 인사를 두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최신 기술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끝장 토론이라도 한다면 망신당할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말 요즘 믿을 만한 전문가가 과연 누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에너지전환과 4차 산업혁명, ESS, 전기차와 같은 에너지신산업 등이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술적·학문적 논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기존에 해오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기술과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본인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문제 해결은커녕 논란만 더 키울 뿐이다. 이렇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공부는 않고 시류에 편승하다보니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에너지업계의 논란이 되는 이슈를 꼽아 보자면 원자력의 안전성,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의 필요성,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주범 논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계통불안과 대책, 전력계통운용시스템(EMS)의 신뢰성, HVDC 확대의 필요성, 신재생과 ESS 연계의 효용성, 전기차의 친환경성 논란 등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런데 이중 몇 가지는 벌써 몇 년째 평행선을 달리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양쪽의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학자적 양심을 외면한 채 국민을 속이고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 논거를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반 달라진 게 없다. 전문가 풀 자체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주제는 끝장 토론을 한다고 해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없다. 누가 전문가인지조차 헷갈리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본인이 직접 경험해봤거나 수년간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에게 들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스스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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