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 라온위즈 대표·방송인·칼럼니스트
김수민 / 라온위즈 대표·방송인·칼럼니스트

4차산업이 언급될 때마다 사람들은 두 가지 묘한 감정이 교차된다고 한다. 혁신적인 생활의 편리함이라는 긍정적 기대감과 점차 사라질 것 같은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불안감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도 인공지능이나 로봇, 가상증강현실을 주도하는 것은 사람이다. 역사 속에서 시대를 바꾸는 인물들은 자신을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보좌할 인재 중용에 신경 써왔는데 그 존재가 명마(名馬)인 경우도 있었다.

태조 이성계에게는 8마리의 명마가 있었는데 이 팔준마(八駿馬)는 고려왕조 500년 역사의 마무리와 조선왕조의 시작점에서 큰 활약을 했다. 고려 말, 무장으로 활약하던 그가 신흥무인세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팔준마 덕분이었다는 설이 있다. 훗날 손자인 세종대왕의 ‘용비어천가’도 팔준마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몽유도원도를 그렸던 안견에게 팔준도를 그리라고 할 만큼 조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었다.

팔준마는 홍건적을 평정할 때 탔던 횡운골, 함흥산과 해주전투 외에 운봉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승리할 때 탔던 유린청, 여진산에서 탔던 추풍오, 단천산과 해주에서 왜구를 물리칠 때 탔던 용등자, 제주산과 위화도 회군때 탔던 응상백, 강화도 매도산과 지리산에서 왜구를 물리칠 때 탔던 사자황, 함흥산과 토아동에서 왜구를 물리칠 때 탔던 현표, 안변산에서 탔던 발전자 등인데 이중에서도 이성계는 함흥산 말인‘유린청’을 가장 아꼈다고 한다. 전장에서 화살을 3대나 맞았는데도 죽지 않고 31년을 살았던 명마였기 때문이었다고.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말은 단연 적토마다. 이름처럼 붉은색 털을 가진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명마로,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여포가 타고 다니다가 그가 죽은 후,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토마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만큼 명마는 장수들이 탐내는 존재였다. 이후, 적토마는 관우와 함께 수많은 전쟁에 참여하는 등 주인이 여섯 번 바뀌는데 그중 진정한 주인은 영웅 관우였다는 설이 있다. 이전의 주인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던 적토마였지만, 관우가 죽자 적토마도 스스로 굶어 죽었다고 한다.

단신인 전쟁 영웅 나폴레옹이 사랑한 말은 작고 아름다우면서도 용맹하고 튼튼했던 아랍출신 마렝고였다. 마렝고는 전 유럽을 제패하며 승리를 이끌었던 나폴레옹이 탔던 명마다. 역사 속 영웅의 곁에 있던 말, 이들은 그 주인의 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하며 함께 역사를 써내려갔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아라비아말이 명마가 된 유래를 들어보면 의미심장하다'

가장 훌륭한 말을 갖고 싶었던 한 사람이 세상을 두루 다니며 비싼 값을 지불하고 100마리를 찾아냈는데 우리에 가두고 배불리 먹이되 물은 한모금도 주지 않았다. 말들이 목이 말라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주인은 우리 문을 열고 시냇물이 흐르는 푸른 초원으로 내달리게 했다. 말들이 시냇가에 다다를 즈음, 주인은 풀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때 100마리 중 네 마리가 주인의 풀피리 소리에 멈춰섰고 이 네 마리의 말이 아라비아 말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고 기업인들은 인재를 찾고 있는데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 주인은 명마를 찾고 있고 청년은 자신이 명마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늘이 주는 인생의 목적과 비전을 가졌다면 장단기적 목표를 정하고 자기개발과 함께 정확한 방향으로 내달려야 할 것이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의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들을 보면 누구는 게임에, 누구는 본인과 상관도 없는 포탈 기사에, 드라마에, 음악에, 그리고 누구는 오디오북에, 강의에 몰두해 있다. 요즈음은 휴대폰에서 소비되는 70% 이상의 콘텐츠가 영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아침마다 소비되는 콘텐츠의 선택이, 어쩌면 각자의 인생길을 가르는 길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나라의 도연명은 하루에 아침을 두 번 맞지 못하니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즉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시를 읊었는데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말로 널리 인용돼왔다. 성경은‘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고 권면하고 있다. 4차산업시대에 시대를 바꾸는 영웅이 되고 싶은 사람, 그 영웅들을 태우고 달릴 명마가 되고 싶은 사람은 실속없이 분주한 삶을 한번쯤 돌아보고 되새겨야 할 지혜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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