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자재 업체와 에너지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대부분의 제조 업체들의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전선 업체들은 구리가격 상승 등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큰 틀에서 진단을 한다면 기존의 전력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이 더 큰 이유다. 여기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을 해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로의 고착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를 전망하자면 더 암울해 질 수 있다. 일단 전력기자재 업체들의 최대 판로인 전력 공기업이 올해 긴축재정 기조다. 한전은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고 자본예산에 해당하는 투자비는 줄이지 않겠지만, 정기 수선유지비용 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발전사들도 발전소를 가동하면 가동할 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자, 올해 투자비 집행을 대폭 줄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보릿고개는 중소기업, 대기업 등 규모에 관계없이 겪고 있다. 전력기자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중전 빅3’의 지난해 성적표는 저조했다.

빅3 중 선두로 올라선 LS산전을 제외한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과 효성 중공업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며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빅3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던 효성 중공업 부문은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64.4% 빠지며 주춤했다. 현대일렉트릭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빠졌다. LS산전은 빅3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상승했다. 해외 실적 상승세와 전력인프라 부문의 수익성 개선 효과 등 전 부문에 걸친 탄탄한 성장세가 지난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국내 사업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중심의 IT분야 투자 증가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또 옴니시스템, 피에스텍, 비엠티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업의 실적은 좋아졌다. 옴니시스템은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으며, 피에스텍과 비엠티도 매출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신재생 기업들도 호황을 맞고 있다. 태양광 전문기업인 OCI는 2016년보다 매출이 1조원가량 늘어 지난해에는 3조 631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2배 늘어 1325억 원에서 2844억원으로 상승했다. 에스에너지는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늘었다. 신성이엔지는 2016년 2172억원에서 지난해 990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기업의 희비를 보면 시장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올해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런 성적표는 ‘에너지전환’이란 흐름에서 출발했지만, 기술의 전환이 불을 댕겼다. 전력수요는 꾸준히 늘지만 투자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따끈한 아름목의 추억은 이제 잊어야 한다. 선제적인 대응, 한편에서 무모하리만큼 새로운 것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달콤한 과실을 수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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