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의 해직생활, 뒤돌아보니 깨닫고 배운 게 많아”
“복직 경험 살려 노조 인식개선·공공성 확보 나설 것”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직 실감이 안 나네요. 근무복 치수요?”

인터뷰 중에도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복직하게 될 근무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새로 주문할 근무복 치수를 묻는 말에 양원표(52) 씨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14년 만의 복직. 그 긴 터널 끝에 맞이한 새로운 일상은 아직 그에겐 익숙지 않아 보였다.

양 씨가 근무복을 벗은 것은 지난 2003년의 일이다. 당시 철도청(현 코레일) 소속으로 화물차 검수 업무를 맡았던 그는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 입법 연기를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 직후 해직됐다. 이후 양 씨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철해투 총무국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해직 기간이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길어야 5년 안쪽일 거라 생각했죠. 그러나 어느덧 14년이나 흘렀네요. 다섯 살이던 첫째 아이가 대학교 2학년생이 되고, 두 살이던 둘째는 고등학생이 돼버렸으니…….”

양 씨를 포함한 코레일 해직자 수는 총 98명.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해직생활은 지난 2월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전격 합의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14년간의 투쟁, 그리고 오영식 코레일 사장 취임 3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코레일은 해고자 전원의 단계적인 복직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 씨를 비롯한 65명은 이달 16일 1차 복직 대상에 포함됐다. 나머지 33명은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총 3회에 걸쳐 복직하게 된다.

이번 복직은 특히 정신적인 측면에서 노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처럼 보였다. 긴 해직기간을 거치며 ‘철도 공공성’을 외쳐온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의구심이 든 순간도 많았다. 이 때문에 복직자들은 이번 합의를 단순히 ‘복직’이 아닌, ‘신념의 승리’로 규정하고 있다는 게 양 씨의 설명이다.

“해직생활이 길어지니까 마음속에 불신이 싹트더군요. 복직 투쟁은 곧 우리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오영식 사장까지 새로이 취임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됐습니다. ‘이번에는 꼭…….’ 그 간절했던 마음이 이제야 결실을 맺었네요.”

10여년 만에 맺은 결실은 해직자들은 물론 노조 전체에 새 동력이 됐다는 전언이다. 양 씨는 이번 경험을 살려 노동자 인식개선과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더욱 힘써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직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깨달음은 주어진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조를 만들고, 그 지지에 힘입어 철도 공공성 확보에도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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