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 토론회서 산업부와 지역주민·공단 직원들 충돌

지난 28일 서울 종로 무역보험공사 건물에서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 토론회가 열렸다. 박기영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이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안을 발표하는 순간 폐광지역 주민들이 앞으로 나서며 산업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 무역보험공사 건물에서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 토론회가 열렸다. 박기영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이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안을 발표하는 순간 폐광지역 주민들이 앞으로 나서며 산업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 토론회가 고성과 욕설,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산업부가 발표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안에 폐광지역 주민들과 공단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논란 속에 광물자원공사-광해관리공단 통합 공식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백운규)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무역보험공사 건물에서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식적인 토론회 주제는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이었지만 다수 참석자들은 그보다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산업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폐지하고 두 기관을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만드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가 파산 위기에 놓인 광물자원공사를 건실한 재정을 가진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광업 분야 업무 전반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광해관리공단 직원들과 폐광지역 주민들은 지난 5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해외자원개발 혁신 TF가 두 기관 통합 권고안을 내놓았을 때부터 이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공단 직원들은 두 기관 통합이 공사의 부실을 애꿎은 공단에 이전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폐광지역 주민들은 통합 이후 공단의 폐광지역 지원 기능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 공단은 강원랜드 주식 배당금을 활용해 광업 쇠퇴 후 어려움을 겪는 폐광지역을 지원해왔다. 또 광물자원공사 노조는 통합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 공단 직원들, 폐광지역 주민들 반발로 토론회 아수라장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 토론회에서 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이 광물자원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 토론회에서 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이 광물자원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회장은 통합안이 발표될 것을 미리 알고 온 광해관리공단, 광물자원공사 직원들과 폐광지역 주민들로 채워졌다. 공단 직원들은 복도에서부터 토론회장 안까지 ‘동반부실 통합반대’, ‘광물자원공사 산소호흡기 반대’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폐광지역 주민들의 고성으로 토론회 진행은 중간 중간 끊어졌다. 박기영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이 통합안을 발표할 때는 앞으로 나오려는 폐광지역 주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산업부 직원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고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공단 직원들과 폐광지역 주민들은 두 기관 통합 이후 재정 건전화 방안 마련과 폐광지역 지원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요구했다.

삼척시 도계읍번영회 소속 박치석 씨는 “20만 폐광지역 주민들은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며 “폐광지역 지원 사업 재원과 기능을 보장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다면 통합을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의 밀어붙이기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너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 산업부가 반발을 예상해 해외자원개발 원인 규명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은근슬쩍 두 기관 통합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정석 광해관리공단 기획조정처장은 “지금까지 통합 논의에서 산업부는 공단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심지어 자료를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며 “공단이 국가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광물자원공사를 떠안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당사자인 공단이 그 사실을 알고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 규명이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열고 끝부분에 통합을 공식화해버리는 것은 투명한 추진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산업부, “폐광지역 지원 위축 없고 앞으로 정당한 절차 거칠 것”

박기영 정책관은 토론회 참석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에 하나하나 답변했다.

박 정책관은 두 기관의 동반 부실화 우려에 대해 “정부도 장기적인 동반 부실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고 잔존 부채 해결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라며 “3조 2천억원에 달하는 공사 자산 매각 진행 상황을 봐서 따로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관은 또 폐광지역 지원 사업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기관 통합으로 지원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폐광지역 담당 기관이 커지고 예산도 늘어 체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원 사업이 축소되는 일은 없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 절차상 문제에 대해서는 “산업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관계 부처들이 참여하는 ‘통합 TF’를 운영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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