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전력포럼

류권홍 원광대 교수가 23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9차 전력포럼에서 '목적항 없는 항해:천연가스는 어디로 가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가 23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9차 전력포럼에서 '목적항 없는 항해:천연가스는 어디로 가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다양한 이슈가 얽혀있는 가스 시장 제도 개선의 첫걸음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는 23일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이 주최로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9차 전력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가스 시장 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다. 발전 연료로서 LNG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가스공사 외 사업자들의 천연가스 직도입을 어느 정도로 늘릴 것인지, 도·소매시장에 어느 정도로 경쟁을 도입할 것인지 등 민감한 이슈들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류권홍 교수는 문제가 복잡할수록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순서대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류 교수가 제시하는 첫 순서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을 설정하는 것이다. 국제 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정부의 국제적 약속인 만큼 실제로 이행돼야 한다. 따라서 이에 초점을 두고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류 교수는 “먼저 온실가스 감축을 얼마만큼, 어떻게 할 건지 정해져야 이후 그에 따라 원자력, 석탄, 신재생, LNG 등의 발전 비중을 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파리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의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목표치 37% 중 해외 감축분 11.3%의 실효성과 불명확한 감축 방식 등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었다. 목표 수립 당시 전제도 향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 2016년의 기존 로드맵을 수정·보완해 오는 6월까지 온실가스 감축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배출권 할당량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류 교수가 제시하는 다음 순서는 정해진 LNG 발전 비중에 따라 수입 물량을 확정하는 일이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으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목표로 하는 발전 비중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해 LNG의 역할이 더 필요해질 수도 있다.

류 교수는 이어서 “직도입 확대 여부 등 수입 형태 문제도 필요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있다”며 “LNG 도입 물량을 고려해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서면 시장 제도를 1년, 늦어도 2~3년 안에 빨리 손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사업자들이 3~5년 정도 여유를 두고 대량의 신규 도입 필요 물량이 필요해지는 2025년 이후 계획을 안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협상에 급하게 나섰다가 협상력이 떨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기도 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가스공사와 민간 직도입 사업자들의 물량 비중을 정확히 제시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방향성 정도는 밝혀줘야 한다”며 “그래야 사업자들이 직도입 뿐 아니라 광양과 보령에 터미널을 어느 정도로 지을 것인지 등을 결정 내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 교수는 “지금 대부분 사람들이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가스발전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부 정책 방향이 정말 그런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가스발전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가스발전을 2030년 18.8%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사실 한전 전력통계월보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년 가스발전 비중은 이미 22.4%였다”며 “물론 전체 발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스 발전량 자체는 늘어날 수 있지만 에너지원으로서 가스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정부 의지가 명확한 것인지는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