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 시장 분석
세계경제 투자증가・교역회복
석유 공급량보다 수요량 많아
산유국 정정불안도 상승 요인

2015년 말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지는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지난해 6월부터 상승세를 타 지난달 한때 70달러 선을 위협했다. 3년여에 걸친 저유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유가 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이 더 이상의 상승을 억제해 지난달 이후로는 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22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2.84달러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산유국인 서남아시아 국가들 외에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원유 생산에 가세하면서 원유 시장을 분석하는 일은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지난해 국제 원유 시장 흐름이 어땠는지 복기하고 시나리오별로 올해 유가를 전망해본다.

▲ 수요가 공급 초과…유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지난해

지난 2017년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석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해였다. 수요가 공급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국제 유가도 전반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1분기 배럴당 52.99달러였다가 2분기에는 배럴당 49.7달러로 하락했다. 이후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배럴당 50.43, 59.31달러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세계 석유 공급은 OPEC의 원유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OPEC의 생산 확대로 전년 대비 40만b/d(하루당 배럴), 0.4% 증가한 9천730만b/d을 기록했다.

OPEC의 원유 생산은 전년 대비 40만b/d 감소했고 천연가스액(NGL) 생산은 전년 대비 10만b/d 증가했다. OPEC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은 감산 합의 때문이다. OPEC은 러시아 등 일부 비OPEC 산유국들과 함께 2017년 1월 1일부터 감산을 개시했다. 연간 감산준수율도 106%로 일반적인 예상보다 높았다. OPEC은 지난해 5월 총회에서 감산 기간을 2018년 3월까지로 9개월 연장했고 이후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오는 12월까지로 감산 기간을 다시 연장했다.

비OPEC 국가들의 석유 공급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카자흐스탄 등 비전통적인 산유국들의 생산 증대로 전년 대비 70만b/d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세계 석유 수요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전년 대비 150만b/d, 1.6% 증가해 9천780만b/d을 기록하며 공급을 뛰어넘었다.

OECD 국가들의 석유 수요는 40만b/d 증가했다. 미국의 제조업 활황과 경기 회복, 고용 개선, 유럽의 산업생산 증가가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비OECD 국가들의 수요는 120만b/d 증가했다. 중국,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계속되고 러시아와 브라질은 경기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OPEC 주도 감산 조치 외에 지정학적 불안, 달러화 약세, 북반구 한파 등 요인들도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하반기 서남아시아에서 잇따른 정세 불안 소식은 강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9월 쿠르드 분리 독립 투표, 10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인증 거부, 11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 그리고 12월 시작된 이란 반정부시위 등 일련의 사태가 산유지인 서남아시아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상승 요인 중 하나였다. 달러화 가치와 국제 유가는 일반적으로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10월 16일(현지시간) 이라크군이 쿠르드 분리독립을 막기 위해 키르쿠크 유전지대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현지시간) 이라크군이 쿠르드 분리독립을 막기 위해 키르쿠크 유전지대로 향하고 있다.

▲ 수요 초과 올해도 이어질 듯

올해 세계 경제는 투자 증가와 교역 회복 등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수요 증가를 이끌 요인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폭 확대, 중국의 금융부문 취약성, 지정학적 긴장상황 등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OPEC의 감산준수율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에 따른 생산 감소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감산 종료 시점이 임박하면 감산준수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연말로 예정된 감산 종료 시점이 가까워질 때는 감산준수율이 떨어지고 공급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정학적 위험도 상존한다.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위기, 리비아 내전, 나이지리아 정정 불안, 미국의 이란·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은 유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요인들이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경제 상황과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축소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강세 요인과 약세 요인이 상쇄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에 따라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수요 초과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작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 세계 석유 공급은 전년 대비 180만b/d 증가한 9천910만b/d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비OPEC의 공급은 전년 대비 130만b/d 증가한 5천940만b/d, OPEC의 공급은 전년 대비 50만b/d 증가한 3천970만b/d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150만b/d, 1.5% 증가한 9천930만b/d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전년 대비 10만b/d 증가한 4천740만b/d, 비OECD 국가들의 경우 전년 대비 140만b/d 증가한 520만b/d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 유가 시나리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가 전년 대비 12% 상승한 배럴당 59.66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OPEC의 감산과 신흥국의 수요 증가로 유가가 상승하긴 하지만 미국 등 비OPEC의 공급 증가와 재고 누적으로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예상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9%,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1.19달러인 경우를 전제로 한다.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고유가 시나리오에서 올해 두바이유 가격은 전년 대비 25% 상승한 배럴당 66.62달러다. 세계 경기가 빠른 확장세를 보여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하고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해 산유국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5% 상승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저유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두바이유 가격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배럴당 53.08달러로 전망됐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돼 석유 수요 증가폭이 예상보다 작고, 미국의 셰일오일 등 비OPEC의 공급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거나 또는 사우디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생산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구사했을 경우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5% 하락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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