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13일 개막했다. 10개 구단은 8차례 시범경기를 치러 전력을 가다듬은 후 오는 24일 본격적인 페넌트레이스에 들어간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해마다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오면 팬들은 이번 시즌 기대되는 기록과 보고 싶은 기록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중 ‘퍼펙트 게임’은 모든 야구팬이 보고 싶어 하는 기록으로, 1982년 출범 후 37년째를 맞는 한국프로야구(KBO)의 숙원이다.

퍼펙트 게임은 선발 투수가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하고 승리하는 게 최소한의 조건이다. 간단히 말해 한 명의 투수가 경기 내내 상대편 타자를 단 한 명도 1루에 보내지 않고 이긴 경기다. 볼넷, 몸에 맞는 볼, 실책 등에 의한 출루가 허용되는 ‘노히트 노런’보다 순도가 높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퍼펙트 게임은 미국(MLB)·일본(NPB)에서는 각각 23경기, 15경기가 나왔지만, KBO에는 전무한 기록이다. KBO에서 퍼펙트 게임을 목전에 둔 경기는 9차례가 있었지만, 끝내 고비를 넘지 못했다. 확률상 투수가 9회 동안 안타를 허용하지 않을 확률은 1000분의 1 정도이고, 퍼펙트 게임은 노히트 노런보다 40배나 어렵다고 한다.

퍼펙트 게임과 같은 대기록을 앞두고 투수가 흔들리거나 야수가 어이없는 실책을 해 기록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극도의 긴장으로 평정심을 잃기 때문이다. 투수는 평소와 달리 공을 잡는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야수들은 타자가 친 공이 자신에게 오지 않기를 빌며 위축된다. 늘 하던 대로 하는 평상심이 무너진다.

전력·에너지 업계에도 퍼펙트 게임에 버금가는 대기록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000일 무사고 운전’과 같은 뉴스다. 안전운전을 위해 헌신한 임직원의 노력은 충분히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000일 무사고 운전’과 같은 ‘말’에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받진 않을지 우려된다. 근로자가 행여 자신 때문에 무사고 기록이 깨지진 않을지 노심초사한다면 오히려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또 ‘000일 무사고 운전’ 달성을 위해 작은 사고는 사고로 여기지 않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퍼펙트 게임은 달성 후 경기가 종료되지만, 무사고 운전일수는 계속된다. 대기록에는 짙은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기록 달성을 위해 혹사한 결과 공을 놓아야 했던 선수들처럼, 무사고 운전일수를 경신하려다가 근로자에게 가중한 심리적 압박을 주거나 사고은폐로 이어질 수 있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무사고 일수에 얽매여 안전을 그르쳐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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