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업체가 상담을 왔다. 내용은 B 회사로부터 전기공사 하도급을 맡았는데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공사가 3개월 지연되었고 그에 따라서 자기가 맡은 공사의 납기 내 공사마무리 시간이 절대로 부족했다. 더구나 천장공사 업체가 서둘러 마감하는 바람에 전기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다시 천장 일부를 뜯고 재시공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렇게 공사가 뒤죽박죽되면서 비용이 8억 원이나 더 투입되었다. 특히 납기 내 공사를 마무리하느라 마지막 보름간은 평소보다 인력을 세배나 더 투입하고, 주말과 야간작업까지 강행했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손실이 뻔하니 중간에 납기연장 설계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정산해줄 테니 일단 공사를 먼저 마치라는 B 회사 현장소장의 말을 믿고 마무리했다. 공사가 5% 정도 남은 상태에서 공사 타절을 하고 협상을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다 마감하고 정산을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인지도 문제였다. 이럴 때는 중간 타절을 하면 더 복잡해지고 상대방은 다른 회사를 투입해서 잔여 공사를 마감하기 때문에 내 입지가 좁아진다. 그래서 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 대신에 마감 때까지 그간의 추가공사가 일어나게 된 배경 관련 자료를 잘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공사가 끝나고 정산의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공사장 출입할 때 자료를 하나라도 얻기 쉬우며 마감 공사를 하기 전에 현장 사진을 찍기도 쉽다. 상대방과 통화도 안 되고, 이메일 등의 피드백도 안 된다.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치면 현장 사진을 얻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전문공사업체나 전기공사의 하도급 문제의 90% 이상이 정산문제이다. 즉 하도급 건설공사의 핵심이 정산이다. 정산문제가 마지막에 있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자료준비를 해야 한다. 계약서와 달리 현장공사가 천 원짜리 하나라도 더 투입되면 그에 대한 서류를 확보해야 한다. 선행공사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그것도 기록해두어야 한다. 상대방은 싫어한다. 뭐가 그렇게 깐깐하게 하느냐고 한다. 어쩌면 그런 업체는 협력사로 운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간 많은 사례에서 보니 허술한 자가 먹혔다. 얕잡아 보이면 결국 뜯긴다. 한 건의 공사에 수십억 원이 물리는 사고는 결국 이렇게 허술하게 현장의 공무관리가 되어서 그렇다. 내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 누구를 탓할 게 없다. 결국, 하도급 공사의 핵심은 공무 능력에 있는 듯하다.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을 공정위에 신고하려면 정산문제뿐만 아니라 하도급법상 모든 위반사항을 체크해서 총공격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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