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고대 교수, 국회 토론회서 발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사회 에너지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자들은 정치 영역에서 에너지정책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사회 에너지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자들은 정치 영역에서 에너지정책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 정책에 국회 등 정치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수진 고려대 교수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 에너지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회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부족했다. 정책의 영향을 받는 소수 지역구 의원들이나 특정 시기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잠깐 얘기되는 것이 전부였다.

원자력이 대표적이다. 최근에야 탈원전이 주요 정치 이슈로 떠올랐지만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 원전에 대한 관심은 한시적이었다. 각 정당들의 원전에 대한 입장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었다. 김 교수는 “꾸준히 원자력에 비판적이었던 민노당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당이든 해당 시기에 여당이었는지 야당이었는지에 따라 찬반이 바뀌었고 한 당 안에서도 상반된 주장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치의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에 우리가 여러 부작용들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본다. 입법부의 견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은 행정부 관료들이 세운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러다보니 시야가 좁았다는 것이다. 전력수급계획 등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전기나 에너지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외 환경이나 지역 주민들의 입장 같은 다른 가치들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이처럼 정치가 에너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 개인의 이해를 따졌을 때 얻을 것은 확실치 않은 반면 잃을 것은 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긴 호흡이 필요한 에너지 분야 특성상 당장 성과를 보기는 어렵고 국회의원 개인의 노력을 인정받기도 어려운 반면 괜히 갈등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만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18년을 이어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가 폭탄 돌리기 같은 느낌이 든다”며 “누군가 용단을 내려서 빨리 부지 선정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입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누가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랄 뿐 몸을 사리는 정치인들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 교수는 이런 정치권의 태도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무책임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지금까지 원전을 둘러싼 문제는 국회가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와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 양상으로만 전개됐다”며 “방사성폐기물 부지와 신규 발전소 부지 선정, 송전탑 건설 등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서 마땅히 정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할 국회가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에너지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도 정치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탈원전 선언 이후에도 신규 원전 건설 금지와 원전 수명 연장 금지에 대한 입법 움직임은 없고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장기적 투자 전망 제시도 불확실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논쟁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벌여 에너지 전환의 당위성과 확실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방법이자 비전으로 에너지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들을 공유하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대표적 탈핵 운동가 중 한 명인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에너지 전환이라고 해도 핵산업의 몰락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는 핵산업계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만들고 한수원 재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지역분권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공기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은 지역에너지시스템 구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더 민주적일 것이라고 가정할 근거가 없다”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역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해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는 지역 에너지 전환 제도·거버넌스 구축, 에너지 전담 부서와 지역 에너지공사·에너지센터 설치, 지역 에너지 전환 기금 설치와 확보, 시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 사업 확대, 지역맞춤형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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