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규제 완화책 도입해 4차 산업혁명 대응 ‘박차’
기존 규제프리존 한계 극복 위해 해외 우수 사례 참고해야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의 관심이 높다. AI·빅데이터·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에 집중해온 기업들은 이를 한데 모아 적용할 대상으로 스마트시티를 주목하고 있다. 산별적으로 존재해온 기술들을 집대성해 자연스레 융·복합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기술 도입을 가로막는 규제들은 스마트시티 확산을 지연시키는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기술들은 기존 법체계에서 활용이 어렵거나, 아예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 중인 해외 선진국에선 일찍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가 적기에 구축되기 위해서는 국내에도 관련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현황은…‘규제프리존’ 도입 초읽기

최근 4차 산업혁명 대응은 물론, 스마트시티의 확산·보급에 ‘규제 해소’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이와 관련한 대책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앞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발표한 세종 5-1 생활권·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국가시범도시 2곳을 규제프리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규제프리존은 규제 샌드박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국가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전략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신성장산업 기반 마련과 지역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시범도시에 규제프리존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주요 기술들을 테스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정부가 구상 중인 규제프리존은 기존 ‘규제프리존 특별법’보다도 기술 도입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법의 경우 특정 지역에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27개 전략사업으로 적용대상이 한정돼 있어 스마트시티에 접목되는 기술 모두를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정부는 규제프리존 도입을 위해 해외 스마트시티 정책 동향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별로 역점 사업에 따라 상이한 규제 완화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국내 현황에 맞는 최적의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세계 규제 완화 동향은…영국 핀테크서 출발해 국가별로 적용

지난 2014년 영국에서 핀테크 기술의 활성화를 위해 처음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는 현재 각국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샌드박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같은 제도가 탄생한 배경에는 신기술·사업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자유로운 기술 개발이 이뤄지도록 문호를 열어두지 않으면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다.

영국도 핀테크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할 때 이러한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만 신규진입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규제 해소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새로운 금융 산업의 형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금융산업 분야는 과거 제품 중심적 모델에서 소비자 이익·서비스를 최우선 순위로 두는 시장형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아울러 규제 샌드박스 도입은 급격한 기술 혁신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일차적으로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이 제도는 더 넓은 의미에서 시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안전장치’ 역할도 겸한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신기술에 기반한 사업모델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관련법이 전무했던 상황에 신규 사업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시장은 한때 소란을 겪었다. 이후 정부 조정을 통해 현행 규제에 편입됐지만 여전히 일부 쟁점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별도 가이드라인 통해 평가요건·절차 제시

싱가포르도 핀테크 기술의 혁신과 실험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은 영국과 같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적·객관적 요소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지난 2016년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영국에 이어 핀테크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시행안을 발표하며 핀테크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MAS는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 가이드라인’을 공표, 샌드박스의 평가 요건과 절차를 명문화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규제 요건은 크게 유지사항과 완화 가능한 요건 등 2개군으로, 유지사항은 ▲고객정보의 비밀유지 ▲정직성과 진실성에 대한 기준 ▲중개인에 의한 고객의 재산과 자산 관리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지원의 예방 등 4개이며, 완화 가능 요건은 ▲자산유지의 요구량 ▲신용 등급 ▲평판 ▲실적 등 12개다.

또 싱가포르는 규제정책과 개발전략을 위한 전담팀 ‘FTIG(FinTech&Innovation Group)’를 신설해 전문성도 키웠다. 이 그룹은 규제정책 분야에서 시스템·금융서비스 솔루션·기술인프라 개발·솔루션 테스트 등을 분담한다.

◆일본,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해 정부서 제도 적극 도입

일본의 경우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일본은 지난해 국가전략인 ‘미래투자전략 2017’을 통해 소사이어티 5.0을 달성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규제 제도의 개혁’을 꼽았다.

소사이어티 5.0은 연령, 성별, 장소, 언어 등의 한계를 넘어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 공급받아 만족스럽고 편안한 생활을 유지하는 사회로, 4차 산업혁명 사회의 한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국가전략에 제도 도입을 천명한 만큼 규제 완화의 효율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단일 산업이 아닌 다수 사업에 제도를 선별해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싱가포르 등의 규제 완화 제도는 핀테크 분야에 한정된 반면, 일본은 핀테크, AI, IoT,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 제도를 도입해나가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제도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점차 세계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해감에 따라 기존 제도만으로는 급변하는 흐름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전략특구다.

일본은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와 유사한 개념인 국가전략특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특구는 특정 지역에 육성할 산업을 매치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본은 특구를 통해 과거 규제 당국은 제도개혁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해 규제혁신에 나서지 못하고, 신산업 사업자는 규제 때문에 실증을 못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제로 특구에서는 자율주행과 드론 등 개발단계에 있는 미래기술들의 실증실험도 장려되고 있다. 미래기술로 꼽히는 신산업의 경우에도 규제의 벽에 막혀 개발에만 그쳤던 국내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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