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제정, 온 전기계 협력해 이룬 성과”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전기설비기준의 판단기준을 새롭게 대체할 한국전기설비규정(KEC) 제정안을 확정 공고했다. ▶3392호 1면 보도

기존에 국내에서 적용되던 기준은 일본의 기술기준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조선전기공작물규정’과 ‘전기공작물규정’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국제 규정에 부합해 한국 사정에 맞춘 기준을 제정함으로써 한국 전력산업계는 순수한 국산 기준을 확보하게 됐다.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 규정을 기반으로 작성됐던 전기설비기술기준이 완벽한 자립화에 성공했다는 것. 본지는 전기설비기술기준을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는 대한전기협회로부터 이번 KEC 지정의 의미와 앞으로 과제 대해 들었다.

“이번 KEC 제정은 온 전기계가 힘을 합쳐 이룩한 쾌거입니다.”

박중길 대한전기협회 상근부회장은 “산업부를 중심으로 우리 전기협회뿐 아니라 전력산업계, 학계 등 각 분야에서 동참해 전기분야의 기술기준 자립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에 따르면 그동안 전기설비기술기준은 일본 것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국제화가 쉽지 않았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대부분 독립적인 기준인 일본의 것이 기준이 되다보니 전력산업계의 해외사업 수주가 쉽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를 중심으로 지난 1999년부터 기존 기술기준의 국제화 개편사업을 추진하고, 2011년부터 KEC 제정개발의 필요성을 공감,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박 부회장은 전했다. 특히 한국에서 KEC 규정에만 맞으면 세계 어느 곳의 기준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목표였다.

“제가 학생일 때만 해도 교수님들이 다 일본 전기관련 서적을 들고 수업을 하셨죠. 국내 전력산업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죠. 전 세계에서 80% 정도 통용되는 것이 IEC입니다. IEC를 염두에 두고 기준을 제정한 만큼 그동안 산업계가 제기해 온 해외시장 진출 장애 등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됐을 거예요.”

그는 또 KEC 제정이 국내 전력산업계가 세계 표준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시장에서 국제표준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은 이 경쟁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KEC 제정을 통해 한국 전력산업계도 국제표준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는 것. 본격적인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KEC는 앞으로 국제표준 시장에서 우리기업이 활약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KEC를 의미있게 활용하려면 기업의 R&D 투자도 한층 강화돼야 할 겁니다. 삼성이 막대한 R&D 투자를 통해 전자분야의 표준을 이끌어가는 걸 참고해야죠.”

이번 KEC 제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고 박 부회장은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기준이 자칫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고려, 신중하게 기술기준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기술기준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현장과 자칫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도 신경 써야 했습니다. 2011년부터 정말 많은 인력과 시간, 자금이 투입됐죠. 특히 우리 전기협회의 역할도 중요했습니다. 산업계의 기준을 담당하며 중심을 지켜야 했죠.”

박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KEC가 도입될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기준을 발전시켜 보다 효율적인 기술기준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남은 3년간 KEC를 더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해외에서도 KEC의 신뢰성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기술의 수용성을 넓히는 등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산업계나 정부 등과도 지속적으로 함께 발을 맞춰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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