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조명시장 판도 바꾸기 위해선 연구 인력풀 키우고 투자 늘려야”

“그동안 LED조명 산업이 보급과 확대에 주안점을 맞춘 하드웨어적인 성장이었다면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성장해가는 변혁의 시기가 도래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조명 산업을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기초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죠. 미래 조명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연구 인력풀을 키우고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곽영신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사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색채과학 연구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곽 교수는 이화여대 색채디자인연구소를 거쳐 현재 UNIST에서 디자인과 인간공학과를 접목한 새로운 영역 개척에 앞장 서 왔다.

최근 그는 LED조명의 등장과 함께 대두돼 온 ‘색의 질’에 대해 고민하며 10년 간 조명의 색 인지에 대한 기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조명의 색인지에 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며 2015년 국제조명기구(CIE) Division1(D1)에서 디렉터가 됐습니다. 국제조명기구 내에서 D1은 색인지에 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기술문서를 출판해 전 세계 조명 산업의 발전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죠. 최근 D1에서는 조명의 연색성 지수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연색지수가 높으면 좋은 조명이라고 알려져 있고 실제 조명 시장에서도 연색성을 높이는데 집중해 왔죠. 하지만 연구를 통해 연색지수가 낮아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조명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었죠.”

곽 교수는 LED조명을 활용하면 낮은 연색지수에서도 채도를 높여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조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소비자들의 선호를 반영한 연색 특성을 점수화하지는 못했지만 조명의 질을 정량화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곽 교수의 이야기다.

곽 교수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언급하며 조명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 깊이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LED조명을 활용해 사용자와 작업, 공간의 특성에 따라 최적의 조명을 구현해내는 부분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에 대한 아이디어와 구현 기술은 충분히 마련된 상태죠. 하지만 이를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기초 연구의 부족입니다. 어떤 조명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조명인지, 또 어떤 식으로 기능을 제공해야하는 지 여부 등에 대해 수치화시키지 못한 게 결정적이죠. 조명 업계가 이야기하는 ‘인간중심조명’이 활성화되려면 이를 위한 인력풀을 키우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초 연구에 투자해야 합니다.”

곽 교수는 색채 과학자로서 조명의 색 인지와 관련된 기초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UNIST에서 나온 색채 과학의 연구 결과가 국내 조명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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