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인 지난 2005년 6월,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 특사로 파견돼 ‘200만㎾ 대북송전’을 제안한다. ‘북한이 핵 폐기에 합의하면 경수로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남한이 단독으로 북한에 200만kW의 전기를 직접 송전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대북 중대제안이다.

이는 6자회담을 거부하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이었다. 한 달 뒤 북한은 회담에 복귀했고 같은 해 9월, 북핵 해법을 담은 ‘9·19 공동성명’으로 이어진다.

물론 대화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이 마카오의 한 은행에 있던 북한 비밀자금을 동결시키자 북한은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으로 맞섰다.

10년도 더 된 얘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증권시장에서 전기관련 중소기업이 포함된 소위 ‘남북 경협주’ 내지는 ‘대북 송전주’로 불리는 테마주들이 이때부터 형성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하는 등 최근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송전 테마주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북 경협주’ 17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 9일 현재 작년 말 대비 평균 44.9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제룡전기(84.12%)와 선도전기(64.93%), 제룡산업(59.88%), 이화전기(34.94%), 보성파워텍(29.29%), 광명전기(26.83%), 대원전선(21.86%) 등 낯익은 전기계 중견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33% 하락하고 코스닥은 8.44% 상승에 그친 점에 비춰보면 남북 경협주는 약 100일 동안 ‘대박’을 터뜨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대북 송전 제안은 2005년 이후 단 한번도 재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 정도면 이미 사라진 이슈, 폐기된 협상카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 테마주는 아직도 남아있고 심지어 힘을 발휘하고 있다.

흔히 투자와 투기는 사람들의 ‘기대’를 먹고 자란다고들 한다. 기대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엔 경계심을 갖는 게 상식적이다.

오랜만에 찾아 온 한반도 평화 무드가 마침내 대북 송전으로 이어지고, 테마주를 형성한 기업들이 실제 사업적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은 앞서가도 너무 앞서 간, 상상력의 산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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