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별 ‘우후죽순’ 다른 인허가…인력 부족에 정책 이해도까지 낮아
발전사업 ‘발목잡기’ 될라 우려 목소리

“태양광 발전사업 100건 중 5건 정도만 인허가 민원 문제를 무사히 넘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대기업 신재생에너지개발 담당자는 “최근 2~3년 새 계획대로 발전사업이 진행되는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주 지진으로 인한 원전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미세먼지 대책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슈가 부상하고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등장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은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쪽에서는 지자체의 까다로운 인허가와 지역별로 다른 규제 조항에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 인허가 기준 지자체별로 달라 ... 선거 리스크(?)까지 첩첩산중

태양광 등 발전사업에 관한 입지규제를 조례에 명시한 기초자치단체는 90여곳이 넘는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규제 내용은 다 다르다. 아예 조례에 따로 규제가 명시되지 않은 지자체도 있다. 따라서 태양광발전을 하려는 사업자는 부지를 확보하기 이전에 해당 부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에 따른 지역의 제한 여부나 지자체별 도시계획조례,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 부지 근처 진입로나 산지ㆍ농지 전용 토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등 수많은 요소가 사업을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발전사업 개발행위 허가에 관해 지자체 별로 각각 다른 행보를 걷는 것도 문제다. 전남 무안군은 지난해 8월 10일 태양광발전 시설을 주요도로 1000m 안으로는 제한하고 10호 이상 주택과는 500m 이내에 설치할 수 없게 하던 개발행위 허가 운영지침을 아예 폐지했다.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과도한 제한으로 민원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3개월 만에 해당 지역 태양광발전사업신청 건수가 1000여건에 이르면서 민원이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해제면과 운남면의 땅 값이 2배 이상 뛰면서 결국 군은 11월 27일자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시행해 주민참여 지원과 보조금 지원, 10호 이상의 마을과 2차선 이상의 도로로부터 100m 이내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반면 횡성군은 지난달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에서 태양광발전시설 신청 부지면적이 2,000㎡ 이내인 경우 입지 제한을 완화해주던 사항을 삭제했다. 지역의 난개발을 막고 편법으로 사업 무리하게 진행하려는 사업자들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라는게 군의 설명이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들쭉날쭉한 지자체별 조례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지역주민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지방 선거가 6월에 있기 때문에 그 전까진 대책이 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선거 이후에는 규제완화가 보다 자유로워지지 않겠냐는 예측도 이어진다. 한 태양광 시공업체 대표는 “6월 선거가 끝나면 일괄적으로 지자체 조례 등 규제 사항들이 통일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발전사 관계자 역시 “‘국토의 이용에 관한 법률’ 등 상위법에 발전시설에 관한 지자체 규제에 관한 조항이 만들어지면 일괄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생태 환경 등 조건이 달라 일괄적으로 통일된 규제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인허가 제대로 안 되는 또 다른 이유... 인력ㆍ행정력 부족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인허가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이유는 지자체의 인력 부족과 정책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지자체 내에서 에너지 정책이나 인허가 관련 업무는 기피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돈다”며 “사업 심의를 신청하는 건수는 날로 늘어나는데 인력은 한정돼있어 격무를 할게 뻔한데다 주민과 사업자 양쪽으로부터 민원은 민원대로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리 건수 뿐 아니라 민원도 증가하는 만큼 담당 공무원은 최대한 수세적으로 조례를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자체 재생에너지 관련 조직은 전담부서나 인력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올해 2월 기준 기초지자체 229개 중 에너지과가 설치된 곳은 9곳에 불과하다. 또 전남과 전북, 경남, 충남 등 태양광 발전사업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에는 전담인력이 한 명도 없다. 경북 23개 기초자치 단체 중 안동과 영천에 전담부서가, 전남 22개 기초자치단체 중 나주, 전북 14개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전주에 전담부서가 있을 뿐이다.

◆ 해결은 인력 보충과 전문성 향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허가 문제를 풀기위해선 지자체별 인력보충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업부는 이러한 지자체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달 1일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3020 달성을 위한 광역지자체 협의회’에서 신재생에너지 업무를 격무로 인식하고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7일에 열린 서울에너지포럼에서도 전병근 산업부 신재생에너지보급과장은 “재생에너지 정책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기초지자체에서 일손이 모자란 것을 안다”며 “지자체 내 에너지 관련 인력 수요가 얼만큼인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행안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공무원들이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풍력 사업자는 “풍력발전 사업 건으로 지자체의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 당황할 때가 있다”며 “중앙 정부의 의지와 달리 지자체 내에서는 사업에 대한 이해 자체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뿐 아니라 국토부, 산림청이나 문화재청 등 타 정부부서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또 다른 풍력발전 사업자는 “풍력발전기 한 기를 꽂는 데 환경부와 산림청의 허가를 받기가 무척 어렵다”며 “환경 보호를 위한 측면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개발행위 허가 심의에서 한번 만 떨어지면 암묵적으로 심의를 다시 받지 못하는 등 인허가의 높은 장벽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들이 우선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금세 지나갈 일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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