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혁, 한전경제경영연구원 신산업연구팀장
박민혁, 한전경제경영연구원 신산업연구팀장

파괴적 혁신시대의 전력산업은 IT 기반의 4차 산업혁명과 흐름을 같이하며 진화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융복합과 같은 4차 산업혁명 트렌드는 다수의 분산발전 사업자 등장, 프로슈머의 탄생, 경계를 와해시키는 BTM 시장의 출현처럼 전력산업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화는 신산업 확산으로 파생된 시장‧서비스‧요금의 개발 및 활용을 촉진하는 Trigger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화란 무엇인가? 기술적으로 정의하면 디지털 통신으로 기기들을 연결함으로써, 데이터의 수집 및 공유, 분석을 통해 기계와 시스템 운영을 효율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본다면 디지털 기기, 데이터를 활용하여 혁신적 경영전략, 인프라 및 데이터 분석, 연결형 플랫폼, 협력적 생태계를 통해 비즈니스모델을 새롭고 간결하게 만드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닌, 지난 50년 이상 꾸준하게 사용되고 진화해 온 디지털 기술은 0과 1로 단계적으로 변환되는 연속적 신호로 그간 신속한 데이터 처리와 전송의 단순화를 이룩하였고 점차 저렴하고 범용적으로 활용성이 향상됨으로써 증가된 연결성과 데이터 공유라는 새로운 영역으로까지 역할을 확장해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지능정보기술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의 발달과 IoT 센서 가격 하락, 네트워크 통신 기술 발달에 의한 사물 간 연결성 확대,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빅데이터 분석 및 모바일기기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기술들이 융복합하여 그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또한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시도가 차별화된 경쟁력 및 수익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디지털화의 급부상을 견인하고 있다. 디지털화를 위한 구성요소는 크게 연결된 기기로부터 데이터를 보고하는 센서,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네트워크, 수집된 데이터의 구조화, 재구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그리고 결과와 인사이트 도출을 위한 분석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전력산업은 이들 디지털화 구성요소 활용을 통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 개선, 파괴적 혁신에 대응, 소비자 변화에 신속 대응,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신뢰관계 구축 및 소통 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해외유틸리티들은 주로 자사 전력설비 업그레이드와 고객 기반의 서비스 창출을 목표로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며, 고객 에너지 솔루션 사업 확대를 위한 빅데이터, IoT 기술 투자 및 역량 강화 및 신가치 창출을 위한 전력 IT화 전략으로 IT 기반 구축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ENEL은 “Open Power” 전략을 통해 자산, 업무시스템, 고객서비스 등 전사 차원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AMI, 전력설비 중심의 IT화를 추진 중에 있다. 주요사업으로는 AMI 기반 e-home, e-mobility 서비스, 스마트 센서 및 기기 판매 사이트 e-shop 운영 등을 들 수 있는데 IoT,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드 등 기술을 활용하여 자회사, VC 투자, 파트너십을 통해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독일 RWE는 전력판매 외 고객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총칭하는 “Energy+” 전략을 통해 내부 혁신조직이 IT기반 기술 개발과 투자를 담당하고 있고, Innogy SmartHome(가정용 에너지 솔루션) Powerhouse(기업용 에너지 솔루션)를 IoT, 빅데이터,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여 추진 중이다. 독일의 EON은 “Empowering Customers”을 통해 분산자원 활용 및 에너지 절감 서비스 강화에 디지털화 전략의 초점을 두고 있으며 솔루션 사업 핵심을 ‘Digital’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고객 측 분산자원 운영 및 VPP 솔루션, 에너지 사용량 및 비용 최적화인데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Engie는 “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IT 기반 신사업 확대, 경영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전사 IT화를 진행 중에 있으며 VC 투자 및 M&A를 통한 신속한 신사업 추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으로 에너지 솔루션 사업, 스마트 시티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 해외 유틸리티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디지털화 자원으로써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인데, 데이터의 전략과 보안은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투자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고 폭 넓은 변화를 갖도록 하는 비즈니스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향후 데이터 보안과 차별화, 수집, 저장 및 활용은 기업이 경쟁 상태를 유지토록 결정하는 중요한 역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10년 전 에너지산업 혁명은 대규모의 신규설비 증설과 친환경 설비확산에 중점을 둔 것이었으며 그 결과, 대규모 신재생과 분산전원이 비용과 규모 측면에서 오늘날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 에너지산업에서 새로운 도전과제는 기 증설되고 확산된 에너지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이고 탄력적이도록 디지털화를 통해 변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의하면 2025년 디지털화에 따른 전력부문 가치사슬에서 수익은 전 세계 64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화를 통해 전력산업에서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는 미래 비즈니스 잠재성이 크다 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 용량 및 통신 채널의 부족, 시스템 간의 공통표준 및 상호 운용성 부족, 데이터 보안 및 센싱·통신 기능이 없는 기존 시스템과 노후 전력 자산들의 성능개선, 주주·이해관계자들의 경제성 추구성향에 따른 수용성의 확보 등 향후 극복해야 할 장애요인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력산업계의 협력적 생태계조성을 통한 디지털화의 역할정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